인천시립극단 29회 정기공연 마련

피할 수 없는 고통이라면 즐기라고 했던가.극작가 이강백씨가 70년대에 독특한 우화적 방법으로 쓴 희곡 ‘내가 날씨에 따라 변할 사람 같소’가 인천시립극단(예술감독 박은희)의 29회 정기공연 무대에 오른다.

서민들이 모여사는 지방 도시의 변두리 허름한 여관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애환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삶에 대한 희망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연극이다.

연극 평론가 한상철씨는 “작가 자신이 변신을 시도하는 작품으로 종래의 작품에서 볼 수 없었던 유머가 나타나고 인간과 삶에 대한 사랑이 기조를 이룬다.”고 말했다.

지방도시 변두리 여관이 배경인 연극에서 칠장이, 땜장이, 미장이를 비롯해 줄타는 곡예사 자매, 극장의 분장사 등이 장기 투숙하고 있다. 하루 벌어서 살아가는 인생들의 하루는 날씨에 따라 달라진다. 맑은 날에는 일거리가 있지만 비오는 날은 일거리 없이 공치는 날이 부지기수다.

매일 비가 오는 장마철은 서민들에겐 더없이 어려운 때. 인정많은 주인은 수입없는 그들에게 숙박비를 내라고 독촉하지 않고, 오히려 음식을 주는 등 정을 나눈다.

하지만 장마비는 계속 내려 도시의 저지대는 잠기고 돈과 양식이 바닥나 여관 사람들이 굶어 죽을 형편에 처하자 극장 분장사는 돈 많은 부자를 여관에 투숙시켜 그 돈으로 어려운 시기를 넘기자고 제안한다.

호텔 보이로 분장한 미장이는 퇴역장군과 그의 딸을 데려오고 비 오는 날 허름한 여관은 사회 명사들이 투숙하는 고급 호텔로 돌변한다. 여관주인의 외동아들은 퇴역장군의 딸과 자연스레 사랑에 빠지고 저명인사 행세를 하는 칠장이와 땜장이, 의사가 된 분장사 등 그들이 꾸미는 여러 재미있는 사건들이 뒤엉킨 가운데 장마비가 멎자 홍수로 만나지 못했던 퇴역장군의 옛친구가 찾아오면서 환상적인 호텔은 허름한 여관임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여관주인 아들과 퇴역장군 딸의 사랑이 위기에 놓이지만 둘은 진실한 사랑을 선택한다.

극작가 이강백씨는 “내 생애에 가장 불행했던 젊은 시절에 쓴 작품이어서 그 불행을 잊고자 좀 더 즐겁고, 재미있게 쓰려고 노력했다.”며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이라도 슬픔과 좌절을 잊고 삶의 또다른 얼굴인 밝은 미래를 꿈꾸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은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18일부터 26일까지 8일간 열린다. 평일 오후 7시, 토·일요일 오후 4시. 문의 (032)438-77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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