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국익

지난 1960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고(故) 리처트 닉슨은 민주당의 존 F 케네디 후보에게 불과 0.2% 포인트 득표차로 뒤졌으나 선거부정 시비가 거셌던 일리노이주와 텍사스주에서 재검표 등 법적 대응도 불사해야 한다는 주변의 권유를 뿌리친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

닉슨은 선거 이후 일리노이주와 텍사스주의 선거부정을 지적하는 시리즈 기사를 연재하던 뉴욕 헤럴드의 기자를 사무실로 불러 “귀하가 쓴 기사는 흥미롭지만 누구도 미국의 대통령직을 도둑질하지는 않았네”라고 말했다고 한다. 선거부정 시리즈 4회분을 낸 상태였던 뉴욕 헤럴드는 그후 연재를 중단했다.

닉슨은 또 오랜 자문역이었던 브라이스 할로가 여러 동료들과 함께 일리노이 지역의 개표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것을 요청했으나 “그렇게 되면 이 나라 미국은 갈라져. 그런 일을 할 수는 없네”라며 거절했다.

닉슨은 대선 이후 들끓는 주변상황을 피하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 플로리다로 여행을 떠났는데 거기에서 케네디 당선자의 부친과 절친한 사이였던 허버트 후버 전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케네디를 만나기로 결정했다.

닉슨은 플로리다 팜 비치에서 가진 케네디와의 ‘만남’에서 재검표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다. 1978년 닉슨은 회고록을 통해 “재검표에는 모두 1년에서 1년6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그동안 케네디 당선자의 정통성은 의문에 휩싸이게 되고 미국의 대외관계는 치명적 타격을 입게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검표’를 놓고 서로 승리를 장담하는 민주당 앨 고어 후보와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가 깊이 생각해야 할 리처드 닉슨의 ‘재검표 인식’이다.

남의 나라 정치판이지만 점입가경이어서 하는 이야기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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