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청소원이 어떻게 기능직 8급이나 되는가 하는 의문이 풀렸다. ‘정현준 게이트’에 연루돼 4억원의 금품을 받은 청와대 이모과장(36)은 ‘과장이 아닌 청소원(기능직8급)으로 권력실세가 아니다’라고 한 청와대 발표를 세간은 잘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청와대라 해도 그렇지 빗자루 들고 청소하는 사람이 명색이 공무원 신분일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문이 ‘이씨는 기능직 위생원으로 청와대내 비서실장 공관에서 비서역할의 일을 보았다’는 어제 조선일보 보도로 어느 정도 실체를 알 수 있었다. 정부부처가 청와대 비서실장 공관에 직보하는 팩스문서도 그의 손을 거쳐 전달됐다는 것이다. ‘과장’이라고 한 것은 평소 자기네들끼리의 뻥튀기 직함으로 그렇게 불렀던 것으로 보인다.
궁중 내시나 나인들도 궁밖에 나와서는 행세하고 권문세가의 집사나 청지기의 세도 또한 당당했다더니 ‘청와대’의 위세를 가히 알만하다. ‘한양이 무서워 과천서부터 긴다’는 속담이 있지만 ‘청…’자만 나와도 알아서 기는 세태가 두렵다. 오죽했으면 정현준씨같은 사람이 당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현상 역시 권력이 보편화, 분산화되지 못하고 권력이 특수화, 편중화된 후진국형 작태인 것이 부끄럽다. 청와대는 ‘과장’이 아니고 ‘기능직 8급’ 직원인 것에 안도해서는 안된다고 보는게 세인의 정서다.
무엇보다도 진솔하지 못한 것은 청와대의 책임이다. 비서실장 공관에서 버젓이 일보는 정규 공무원을 마치 빗자루 들고 쓰레기나 치우는 것처럼 ‘청소원’이라고 발표한 것은 도덕성의 흠집이다. 왜, 그토록 굳이 ‘청소원’이라고 발표해야만 했을까.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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