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잔디구장뿐이다. 유년축구부터 맨땅 축구는 상상도 못한다. 전국소년축구대회는 300여 초등학교팀이 참가, 1년 내내 풀리그전을 벌인다. 이런 팀 저런 팀을 만나 축구볼 감각과 게임의 숙련도를 익히는 말 그대로 참가에 의의를 둔다. 토너먼트 넉다운제로 한번 지면 떨어져 나감으로써 팀의 존폐위기를 맞는 우리같지 않기 때문에 승부에 여유가 있다. 프로축구층도 우리보다 훨씬 두텁다. 브라질 축구유학을 다녀온 청소년들이 시니어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일본축구의 현주소가 이렇다. 불과 수년전만 해도 한국축구보다 못한 일본축구가 근래 세계적 강팀으로 떠오른 것은 한두해 사이에 갑자기 잘해서 된게 아니다. 먼 안목을 보아 끊임없이 투자한 효과가 이제 안정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에비해 우리는 어떤가. 한국축구의 고질로 꼽는 골결정력부족, 드리블미숙, 볼컨트롤 미흡 등의 연유는 어려서 맨땅축구를 시작한 탓이다. 축구를 처음 시작하면서 생긴 잘못된 버릇의 기본기 결함은 성장해서도 고치기가 어렵다. 여기에 전략개발, 전력비교등 해외정보에 어두운 우물안 개구리 형상이 돼 세계무대는 고사하고 아시아에서도 밀리는 동네축구가 되고 말았다.

시드니 올림픽 8강 탈락,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 결승탈락 이후 한국축구를 질책하는 목소리가 높다. 선수들의 죄가 아니다. 정책당국과 지도자들의 잘못이다. 또 당장 어떻게 해서 잘될수 있는 것도 아니다. 외국인코치 영입을 말하지만 외국인코치를 들여온다고 2002년 월드컵대회의 청신호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2002년보다 더 먼 장래를 내다보고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무엇보다 투자가 중요하다. 투자가 없으면 기대할 것도 없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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