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소찬(尸位素餐)이라고 했다. 시위란 중국사람들이 옛날에 제사를 지낼때 혈통자의 아이를 신위에 대리로 앉혔던 고사에서 나왔다. 별로 하는 일 없이 자리만 높은 것을 빗대어 말하기도 한다. 소찬은 재능이나 공로없이 국록만 타먹는 것을 뜻한다. 이시영 초대부통령이 이승만대통령의 독재를 막지 못하는 것을 개탄, 부통령자리를 사퇴하면서 “시위소찬의 자리”라고 말했다.
지금은 부통령제가 없지만 국무총리가 사실상 시위소찬의 자리다. 헌법상으로는 총리의 기능을 그럴싸하게 규정하고 있으나 대통령중심제에서는 막상 장관보다 실권이 없는 것이 총리다. 한동안 무슨 식장에서 대통령 치사나 대신 읽는다하여 ‘대독총리’란 말이 있었다. 정치인으로 어지간한 김종필씨가 김대중대통령 밑에서 총리를 1년남짓 하고 그만둔 이유 또한 그 자리가 시위소찬이기 때문이다. 이한동총리가 좀 애를 먹는 것 같다.
러시아방문에서 푸틴대통령도 못만나고 ASEM 직전 중앙 언론사 사장들에게 협조를 구하기 위한 초청만찬에 일부 유력사 사장들은 불참하는 홀대를 당했다고 한다. 푸틴 면담을 제대로 준비치 않은 외교통상부의 실책도 알고보면 총리를 제대로 보필할줄 모르는 중앙부처의 평소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가 하면 이총리가 총재로 있는 자민련 내부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다.
여러가지로 외로운 것이 요즘의 이총리 처지인 것 같다. 그가 총리로 끝내려면 그런대로 지내도 될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으로 앞길을 내다보려면 총리자리에 연연해서는 안된다. 정치적인 처신도 ‘수서양단’의 눈치보기보다는 분명히 할줄 알아야 한다. 시위소찬의 자리쯤 언제든 박차고 나올 뱃심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일줄도 알아야 한다. 모처럼 나온 기전출신의 총리를 아끼는 마음에서 몇마디 일러두는 것이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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