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특강 ‘불발’

김대중대통령의 올 노벨평화상 수상자 결정이 노르웨이 한림원에서 공식발표된 지난 6일 오후 6시, 같은 시각에 김영삼전대통령(YS)은 고려대 정문앞에 있었다. 이날 특강을 하러 고려대에 들어가려다 반대하는 학생들의 정문출입 제지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돌아가지도 못하고 정문앞에 세워둔 승용차안에서 농성이 풀리기만을 기다렸던 것이다

그러나 반대농성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전경이 동원됐고 일단 특강을 듣고나 보자는 학생들도 있었으나 ‘당신한테 들을 말은 없다’고 쓰인 피켓을 내건 반대학생들이 워낙 많아 정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시상(세상)에 이런 학교가 어디 있노? 교수들이 초청했으면 그만이제…무신(무슨) 학생들이….” 승용차안에서 버티고 앉았던 YS는 차밖으로 나와 혀를 차며 이런말로 불편한 심기를 노출 시켰다.

학생들의 저지는 보는이의 관점에 따라 시비가 다를수는 있다. 하지만 YS는 초청은 비록 교수들이 했어도 청중은 학생들이란 사실을 간과했다. 청중이 될 대부분의 학생들이 듣기 싫다는데 굳이 특강을 해야겠다는 것은 무모한 아집이다.

YS는 이렇게 승용차안 버티기를 밤늦도록 자그마치 12시간 이상이나 벌였다. 어지간한 고집이다. 체면불구한 1인시위의 고집에서 치기가 발견되는 것은 국민의 불행이다. 국가원로다운 좀더 달관된 면모를 보여주면 좋겠다.

반대학생들의 움직임을 예상 못했던 것은 아니다. YS의 고집도 문제지만 전직 대통령의 체모를 손상케 한데는 미리 대처를 못한 학교측의 잘못이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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