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사용되는 고사중에 오리무중(五里霧中)이라는 말이 있다.
액면 그대로 풀이하면 5리에 걸친 짙은 안개속을 지칭하는 뜻으로 찾을 길이 막연하거나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묘연함을 일컬을 때 지칭하는 말이다.
열흘전 오산에서 발생한 40대 주부 피살사건의 수사방향을 놓고 경찰이 처한 입장을 읽게 하는 표현으로 가장 적합한 생각이 든다.
지난 8월22일 오전 10시를 전후해 오산시 오산동 주택가의 한 허술한 집에서 40대 주부가 온몸을 무참히 난도당한 엽기적인 피살사건이 발생했다.
범인은 길이 15cm정도의 예리한 흉기로 피해자의 목, 등, 복부, 허벅지 등에 무려 20여군데를 찔러 살해한 뒤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러나 범인은 현장에 지문이나 증거품 등 일체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고 지금까지의 경찰수사는 강도나 원한, 치정 등 어느 한쪽에 이렇다할 비중을 싣지 못한 채 안개속을 헤메고 있다.
바로 이같은 현실이 일말의 수사 단서조차도 확보하지 못한 경찰을 답답하고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사건은 최근 수도권에서 발생한 엽기적인 살인사건중 자칫 미제(未濟)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은 강력사건으로 국민들의 치안불안감에 대한 경찰의 명예회복과 자존심이 걸린 중대사안임에 틀림이 없다.
경찰은 사건발생직후 줄곧 너나없이 하루 2∼3시간 정도의 눈깜짝할만한 짧은 수면과 잠복근무 등으로 밤이슬을 맞으며 날을 밝히는등 피곤하고 초췌한 몸을 정신력으로 지탱하며 사건해결을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여기에 이번 강력사건을 둘러싸고 묵시적으로 조여드는 따가운 여론과 질타에 상부(?)의 좌시가 밤잠을 설치며 동분서주하는 외근형사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속히 범인을 검거할 수 있도록 이들에게 수고한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건네주는배려가 있길 기대해 본다.
/조윤장기자 <제2사회부·오산> yjcho@kgib.co.kr 제2사회부·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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