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만 있으면 추석인데 물가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제수용품 등 농축수산물값이 지난 추석때와 비교해 20% 오른 것은 예사고 오이·밤·멸치 등 일부 채소 과일값은 50∼100%가 뛰었다. 해마다 되풀이 되는 현상이긴 하지만 추석 물가 급등은 올해도 예외가 아니어서 IMF사태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서민가계에 적지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추석 물가 오름세는 명절수요에 따른 구조적인 측면이 없지 않지만 올 추석 물가불안은 이미 예고되었다는 점에서 정부의 물가대책이 허술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올 추석이 예년보다 보름정도 빠른데다 구제역파동과 어로 조업일수 부족 등으로 햇과일 출하가 늦고 어획량이 크게 줄어 일부 제수용품의 수급불안을 진작부터 예견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석 성수품목이 일제히 뛰어오르고 있는 데는 이에 미리 대처하지 못한 물가당국의 책임이 크다. 물론 정부가 가만히 앉아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1일 농림부는 농협·농수산물유통공사 등 관련단체장들과 대책회의를 갖고 밤·사과·쇠고기· 달걀 등 10개 품목에 대해 정부 비축물량을 확대 방출하고 민간 보유량도 조기 출하토록 적극 유도하기로 했다. 또 25일엔 재경부도 물가대책회의를 열고 성수품 수급과 가격 안정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추석 물가는 예년에도 그랬듯이 떨어지기는 커녕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렇게 정책효과가 기대한대로 나타나지 않게된 데는 고질적인 탁상행정으로 수급동향을 잘못 판단했거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물가대책과 관리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또 상반기 물가가 1.5%대로 안정된 것에 자만하고 방심한 탓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가 올 물가상승률을 당초의 3%에서 2.5% 이내로 하향 조정한 것만봐도 물가동향을 안이하게 전망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제라도 농축수산물 등 성수품 값이 더이상 오르는 것을 막아야 한다. 추석 물가 폭등은 그것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실물경기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상반기에 시작된 버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과 더불어 물가오름세 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 더구나 한번 오른 물가는 좀처럼 내리지 않는다. 정부가 올 물가상승률을 2.5%로 하향조정 했지만 지금처럼 생필품값이 폭등하고 공공요금인상이 뒤따르면 물가안정은 낙관할 수 없다. 정부는 물가 급등현상에 대해 좀더 큰 관심을 갖고 보다 치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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