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가기

세상 많이 달라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하고 찍은 사진을 집 거실에 걸어두는게 자랑이 된 세상이 됐으니. 불과 몇달 전만 같아도 혼쭐 날 일이었던 것이. 북측에선 “누구든 와서 보고싶은 사람은 와서 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아무나 갈수 없지만) “뿔달린 사람 없으니 와서 보라”는 것이다. (남측도 뿔달린 사람 없기는 마찬가지인 동족 …)

초청이란 것이 참 묘하다. 방북초청을 받으면 굳이 안간다고 우기는 것도 그렇고 오라 한다고 냉큼 달려가는 것도 그렇다. 두가지 다 생각하기에 따라선 모양새가 좀 그렇다. (남북간에 왕래는 많아야 하겠지만 말이다) 평양에가면 대접 잘받고 구경 잘하고 사진찍고 통큰말 들으면서 ‘아 그게 아니었구나?!’하고 종전의 인식이 흐물흐물해진 가운데 돌아 오는것이 아닌지? 새로운 인식이 꼭 나쁜건 아니지만.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평양 가기를 미룬것은 잘한 일이다. 야당총재로서 김정일국방위원장과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 싶으나 지금은 적절한 시점이 아니라고 말한 것은 현명한 판단이다. 집권자인 여당총재의 방북이 있었으면 야당총재의 방북이 있어야 하는것이 이해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야당과는 사전 양해 한마디 없이 이총재 방북요청을 발표(북측의 응낙 및 초청여부는 알수 없으나)한것은 경솔한 처사임이 맞다.

입장을 바꾸어 서울을 다녀간 북한 민간인이 청와대에서 김대중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걸어 놓을수 있을 것이라는 가상은 성립하기 어렵다. 그럴만하게 다녀간 북측 민간인도 아직은 없지만, 세상 달라진것은 이쪽만 달라졌을뿐 저쪽은 달라진것이 없지 않겠는가 싶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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