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8·15 경축사는 새천년과 21세기 들어 처음 맞는 광복절이라는 시의(時宜)에 맞춰 남북 화해협력을 바탕으로 민족의 미래상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특히 김 대통령은 ‘평화와 도약의 한반도 시대’라는 제목의 이 경축사에서 ▲인권·민주국가 완성 ▲4대 개혁과 지식정보화 ▲생산적 복지의 정착 ▲국민 대화합 실현 ▲남북 화해협력과 민족 상생(相生) 구현 등을 남은 임기중의 국정 5대 목표로 제시하고 세계의 중심국가가 되는 ‘한반도 시대’의 건설을 역설했다.
무엇보다 김 대통령은 “남북간 화해협력은 시대적 소명”이라고 규정하고 역사적인 6·15 남북공동선언을 바탕으로 민족의 평화공존과 교류협력을 이룩, 남북이 손잡고 민족의 앞날을 열어나갈 것을 촉구했다.
김 대통령은 이와 관련, “우리는 지금껏 남한만의 무대에서 살아왔으나 남북이 손을 잡으면 한반도 전체로 무대가 확대될 것”이라면서 “나아가 아시아와 유럽, 태평양으로 우리의 활동영역이 뻗어나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즉, 남북정상이 합의한대로 경의선과 경원선의 복원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통한 두갈래의 ‘철(鐵)의 실크로드’가 생기면 한반도는 해양에서 대륙으로, 대륙에서 해양으로 나아가는 전진기지로서 세계사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이같은 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는 전제조건이 되는 남북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이룩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7천만 겨레의 숙원인 통일의 제1단계 실현에 초점을 맞추어 이산가족 상봉과 결합, 다방면의 교류협력을 정착시키면서 군사, 경제, 사회·문화 등 3개 공동위원회구성과 남북 군사직통전화 설치, 국방장관급 회담 등 긴장완화 및 군사적 신뢰구축조치를 본격 추진할 뜻을 천명한 것이다.
또 남북간 철도와 도로연결, 관광사업 등과 함께 투자보장, 이중과세방지 등의 합의서를 체결,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과 자원을 결합시켜 민족 경제의 균형발전과 대도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향후 남북경협의 진로를 예고해주고 있다.
이런 구상을 바탕으로 김 대통령은 ‘한반도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남은 국정2기 동안 세계 일류국가를 만들기 위한 여건조성에 전력을 투구할 뜻을 피력했다.
특히 김 대통령이 ‘환란’을 약속한 기한내에 극복했던 사실을 상기시킨 뒤 “내년 2월 취임 3년이 되는 날까지 금융·기업·공공부문·노사관계의 4대 개혁을 마무리짓겠다”고 약속하면서 ‘정부혁신추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 공공부문이 다른분야 개혁을 선도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김 대통령의 중단없는 개혁 의지를 거듭 보여준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와관련, 김 대통령은 “개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면서 “개혁이야말로 국민과 시대가 부여한 역사적 소임이라 믿고 개혁의 고삐를 결코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21세기 지식정보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초고속 통신망 등 정보인프라 건설과 중소·벤처기업 육성에 주력하면서 새로 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4인가족 기준 월 92만원의 생계비를 보장하는 등 생산적 복지 정착에도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김 대통령은 또 “불가능하게만 여겨졌던 남북의 화해협력을 이뤄가는 상황에서 우리 내부에서 국민화합을 이루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 국민 대화합을 위해 각 정당의 대표와 언제든지 만나는 등 대화와 타협의 정치 구현에 앞장서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이밖에 김 대통령이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인권국가, 모범적인 민주국가를 만드는데 헌신할 것”이라며 인권법 시행과 국가보안법 개정, 부패방지법 제정 등과 함께 최근 우리 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집단이기주의에 대해 엄중히 대처할 뜻을 밝힌 것은 향후 법제도 정비와 사회기강 확립에 정책의 우선순위가 두어질 것임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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