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주변의 산하가 병들고 썩어가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암울하기만 하다. 팔당상수원이 3급수로 전락할 지경에 이르렀고, 특히 도시의 허파기능을 하는 산림들이 무분별한 난개발로 망가지는 대수난(大受難)을 겪고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자연환경 보전의 혜택이 미래세대에게 계승되기는 커녕 우리 당대에 자연환경이 아예 결딴나고 말 것으로 우려된다.
경기도가 작성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각종 개발명목으로 훼손된 임야는 7백30만6천200㎡에 이른다. 경기남부지역의 명산인 광교산을 병풍처럼 끼고 있는 용인시 수지읍 신봉리 일대는 별장촌이 들어서면서 산림이 크게 훼손되고 있으며, 양지말 계곡 상류 곳곳에서도 각종 개발공사로 산림이 망가지고 있다.
또 고양시의 허파로 불려지는 풍동숲과 고봉산이 주공의 대규모 아파트단지조성계획으로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고, 성남시의 청계산과 맹산도 아파트와 전원주택이 들어서면서 산림 곳곳이 훼손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산림지역내 건축허가기준이 강화될 움직임이 보이자 최근 건축허가 신청건수가 6백건이나 쇄도, 산림이 크게 훼손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인천 역시 가현산∼계양산∼철마산∼소래산∼문학산∼노적산∼청량산에 이르는 S자형 녹지축이 아파트개발로 끊기고 파괴되고 있다. 이처럼 경기·인천지역의 주요 산들이 자연을 감안하지 않은 무지막지한 개발로 까뭉개져 볼썽사나워지고 있다.
산림이 목재를 생산하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한편 대기를 정화하고 풍수해를 방지하며, 야생조수와 생태계를 보호하고 휴식공간 제공과 정서를 순화하는 등 공익적 효용도 지니고 있음은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이다.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가져다 주고 아름다운 경관으로 우리의 마음을 편히 쉬게 하는 것은 경제이상의 가치인 것이다.
그런데도 지난 수십년간 국민들이 그토록 정부의 녹화사업시책에 순응하며 심고 가꾸어온 산림을 분별없이 자르고 산야를 파헤치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다. 더욱이 온 산야가 이렇게 파헤쳐지고 있는데도 행정당국은 개발만 외치고 적법한 절차에 의한 것이라고 강변만 하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이제 우리는 생활의 질을 따질 때에 이르렀다. 행정당국은 도시의 환경과 자연을 살리는 아름다운 도시건설이 정말 불가능한 것인지 냉정하게 따져보고 고쳐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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