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교예단의 서울 공연과 남북정상회담 이후 ‘휘파람’이나 ‘반갑습니다’ 등 북한의 노래들을 우리 주변에서 자주 접할 수 있게 됐고, 북한에서도 ‘목포의 눈물’이나 ‘눈물젖은 두만강’등이 해금돼 인기를 끌고 있다.
남북간의 문화예술교류는 다른 어떤 장르보다 이념논쟁으로 두터워진 서로간의 벽을 허물고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50년 넘게 차곡차곡 쌓여진 이질감을 극복하고 자연스럽게 가까워져 같은 민족으로서의 동질감을 갖게 하기에 더없이 좋은 수단이다.
남북관계가 답보상태일 때도 통일음악회 같은 문화교류가 화해의 전령사 구실을 했듯이 문화예술교류는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시켜 통일을 앞당기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통일을 위해서는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문화통일이 최우선이다”라는 많은 전문가들의 얘기처럼 다양한 측면에서의 문화교류를 확산시켜 북한과의 거리를 좁히고 통일의 필요성을 공유하도록 이끌어 내야한다는 것이다.
남북 문화교류는 정상회담과 함께 더욱 가속화될 전망으로 문화관광부는 최근 문화예술팀, 관광팀, 문화재팀, 체육팀, 종교팀 등 5개팀으로 구성된 교류준비단을 발족시키기도 했다.
남북간 문화교류의 첫 문을 연 것은 지난 85년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및 예술공연단’의 교환방문이었다. 이어 90년에는 평양과 서울에서 ‘범민족 민족통일음악회’와 ‘송년통일전통음악회’가 교환공연으로 이뤄졌으며 이후에도‘사할린 제1회 통일예술제’ 등의 교류가 간간히 이어져 왔다.
최근 들어서는 지난 98년 ‘리틀엔젤스예술단 방북공연’과 ‘제1회 윤이상 통일음악회’, 그리고 지난해 대중가수들의 ‘2000년 평화친선음악회’와 ‘민족통일음악회’ 등 민간차원의 문화예술교류가 잇따라 개최돼 교류활성화의 가능성을 한껏 높였다.
여기에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지난 5월말부터 서울에서 잇따라 개최된 평양학생소년예술단과 평양교예단의 공연은 양측간 화합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킴으로써 정상회담의 역사적 합의를 이끌어내는‘분위기 메이커’역할을 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처럼 문화예술 분야는 정치색이 거의 없어 그동안 상호교류가 비교적 활발히 이루어졌는데 정상회담을 계기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벌써부터 각계에서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선 음악계에서 오는 14일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기념해 남북의 교향악단과 성악가가 참여하는 ‘남북 합동음악회’를 서울에서 개최할 계획이며, 창극 ‘춘향전’과 오페라 ‘심청’, ‘황진이’등의 북한공연도 모색중이다. 또 KBS교향악단가 북한 평양교향악단과의 합동·교환연주를 추진중이고,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도 여성국극 ‘춘향전’을 추진하고
있다.
영화계에선 NS21엔터프라이즈가 ‘불가사리’를 비롯해 ‘사랑 사랑 내사랑’‘홍길동’‘꽃파는 처녀’등의 북한영화를 국내 영화관에서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NS엔터프라이즈는 북한측과 협의해온 춘사 나운규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아리랑’이 남북 합작으로 제작돼 양측 상영관에서 상영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다.
남북 미술인들의 공동작품전, 고미술품을 중심으로 한 교류전, 역사서를 중심으로 한 서적의 출판, 문화재의 공동 조사·발굴과 학술교류 등도 점차 가속화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전망은 향후 순수 및 대중예술공연 교류나 작품의 공동 제작 등을 넘어 민간 관람단의 자유스러운 상호방문까지도 가능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낳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문화교류가 일시적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통일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기 위해서는 상호 이해속에 보다 차분하게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중론이다.
즉 남북교류의 정착을 위해서는 북한문화에 대한 올바르고 체계적인 정보 수집과 이해를 바탕으로 제도적 장치마련이 정부와 민간차원에서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남북 문화예술교류가 남측의 ‘일방적인 구애’에 북측은 ‘외화벌이’라는 경제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측면이 강했는데 이에 대한 현명한 대처와 함께, 대부분 중국이나 러시아 등 한국과 관련 있는 국가를 통해 이뤄져온 문화교류를 타국을 거치기 보다는 직거래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강경묵기자 kmkang@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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