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 돈값하나?

국회운영의 파행이 장기화하면서 외유바람이 불고 있다. 의원외교를 핑계삼는 외유가 놀러가는 외유가 된지는 물론 제16대 국회가 처음은 아니다. 고질화된 병폐이긴 하나 국회가 열려야 할 시기에 여야대치가 극에 달해 열리지 못하니까 외유나 간다는 생각은 심히 마땅치 않다. 여야의 쟁점이 서로 상대에게 사과따위나 요구하는 감정싸움으로 번져 국회가 열리지 못해 민생의안 처리가 지연되는 것만도 크게 지탄받아야 한다. 하물며 이판에 외국이나 다녀온다는 발상은 가히 파렴치하다.

해괴한 것은 여야가 싸움질은 일삼으면서 외유만은 나란히 즐긴다는 사실이다. 외유를 떠나는 여야 국회의원은 무려 전체의원의 22%에 해당하는 60여명에 이른다. 앞으로 더 늘어 80명(29%)을 돌파할 것이라니 국회는 가능상실을 호기삼아 외유방학으로 들어간 셈이다. 이가운데 일하러가는 외유는 국제의원연맹(IPU)의장단회의참석등 10여명뿐 나머지는 거의가 형식적 초청을 빙자한 놀러가는 외유로 나타났다. 해도 너무한다는 것이 객관적 판단이다.

국회의원의 외유는 놀러가도 제돈 가지고 가지 않는다. 놀러가면서도 이른바 의원외교만 갖다대면 전액 국비로 다 대준다. 이미 지급됐거나 지급될 국회의원 외유비가 벌써 5억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얼마가 더 나갈지 모를 판이다.

국회의원 1인당 4년 임기동안에 들어가는 돈이 12억원이다. 세비 7천900만원(월평균 658만원)을 비롯, 수당 상여금 차량유지비 활동지원비 4급 보좌관 2명을 포함한 보좌진 6인의 인건비 등을 다 합쳐 이렇게 많이 들어간다. 그러니까 273명의 국회의원들에게 들어가는 임기동안의 직접비용만도 3조2천76억원을 국민이 부담한다. 여기에 의원회관 사무실 유지비 등을 비롯한 간접비용까지 포함하면 더욱 막대하다.

국민세부담이 이렇다 할지라도 일이나 열심히 하면 아깝게 생각지 않을 수 있다. 일하기는 커녕 싸움박질 바람에 국회가 안 열리니까 외국이나 다녀오는 구경돈까지 국민이 대야하는 판이니 분통이 터질 일이다. 당의 거수기가 아니면 외유나 하는 국회의원 같으면 누군들 못하겠는가. 국민들의 지탄에 자존심도 없나. 눈 딱감고 욕을 하든 말든 외유실속만 챙긴다는 생각을 해서는 결코 미래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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