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史편찬위원이 행정보조원인가

경기도사편찬위원회가 변칙운영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도사편찬위원회에 상근하는 상임편찬위원과 연구원이 본연의 임무인 도사편찬 일은 하지 못하고 도 문화정책과의 보조원 정도로 전락된 실정이라는 본보의 취재내용(1일자 7면)을 보면 무책임한 실상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더군다나 도청 공무원이 했다는 말은 어처구니가 없다.

도사편찬위원회는 문화정책과 소관의 산하조직이기 때문에 인력이 모자랄 경우 얼마든지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며 현재 2명의 인원이면 편찬위의 기존 업무를 잘 수행해 낼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러한 근무상태가 도지사의 방침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경기도의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하여 지역문화창달과 도민의 정체성 확립에 기여하기 위해 지난 1993년 10월에 상설된 경기도사편찬위원회는 그동안 많은 역사서를 펴내 타 시·도 편찬위원회에서 벤치마킹을 해올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도사편찬위에 근무하는 상임위원 및 연구원 6명 가운데 3명이 지난해 초 새천년 통일기원제 등 행사 지원차 문화정책과로 자리가 옮겨진 뒤 1년이 넘도록 행정 보조역할을 계속하고 있어 편찬위 업무가 마비상태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평소 편찬위 업무에 대해 지나치게 간섭하면서 통제를 일삼아왔다고 하니 실로 딱한 노릇이다. 편찬위 근무자들이 계약직임을 빌미로 시키는 일에 순응하지 않으면 재계약을 않겠다는 등 협박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것엔 공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도사(道史)이건 시·군사(市·郡史)이건 역사서를 편찬하는 작업은 전시행정처럼 단기간에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일이 아니다. 오랜 기간에 걸친 자료·조사 수집과 분석, 집필, 편집 등 그야말로 편찬위원들의 각고의 노력끝에 맺어지는 결실이다. 2명의 인원이면 편찬위 업무가 지장없다고 한 문화정책과는 아마 편찬위원들을 ‘한가한 직책’에 있는 객식구처럼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도사편찬위는 앞으로, 특히 통일시대를 대비하여 해야 할 일이 산적해 있다.

편찬위원장이 소집하기 보다는 도에서 회의소집을 해야만 열리는 편찬위의 수동적인 자세도 문제이거니와 그나마 편찬회의가 지금까지 4차례 밖에 열리지 않았다고 하니 개선할 사항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경기도는 문화정책과에서 근무하는 상임위원과 연구원을 본래 자리에 즉시 복귀시키고 차제에 실질적인 도사편찬위를 구성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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