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FA와 반미감정

매향리 미공군 폭격사건에 이어 미군의 독극물 한강 방류사건이 또다시 한국민의 반미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발생한 ‘포름알데히드’라는 독극물 방류에 대한 미군측의 변명도 우리의 자존심을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지난 14일 미군측은 독극물 방류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용산 미8군 영내 하수처리장과 난지도 하수처리장을 거쳤기 때문에 환경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소량만 섭취해도 인체에 치명적인 독극물을 2천만 수도권 주민들의 젖줄인 한강에 무단방류하고서도 ‘사과’ 아닌 ‘유감’이라는 표현만을 빌린 것이다.

반미감정에 관한한 매향리도 마찬가지.

지난 수십년간 생명권과 재산권을 침해당해온 매향리 인근 담벼락에는 80년대초에나 볼 수 있었던 “양키 고 홈”이라는 표현이 아직도 남아있을 정도다.

이밖에도 지난 98년 5월 의왕시 백운산 계곡의 미군기지 기름유출 사고, 올해 2월 미군 매카시상병의 이태원 여종업원 살해사건등 그동안 반미감정을 고조시킬 만한 사건들은 적지 않았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이같은 미군의 행태가 불평등한 ‘SOFA(한미행정협정)’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이를 ‘보다 평등한’ 쪽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물론 다음달 2, 3일 개최되는 한미간 SOFA개정협상에서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이를 어떻게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이 더 이상 ‘반미’가 ‘친북’으로 통용되던 과거의 냉전사회가 아님을 인식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남한내에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자세도 버려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에서는 ‘미국이 진정 우리의 우방인가’라고 자문하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민봉기자 mb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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