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공동선언이후 근래들어 보인 평양방송 등의 급격한 변화는 주목할만하다. 조선일보 위협, 이회창 한나라당총재 비난, 김영삼 전 대통령 차별화 등은 다소 의도적인 감이 없지 않다. ‘폭파’니 ‘역도’니 ‘놈’이니 하는 살벌한 용어 자체가 그러하다. 세가지 관측이 있다. 남쪽 길들이기와 사회혼란기도로 보는 관점이 있다. 또 하나는 간접비방으로 남측 책임전가의 판깨기를 유도하는 것으로 보는 눈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단계에선 이중 아무것도 동의하지 않는다. 비록 듣기가 거북해도 주목할뿐 판단은 성급하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두 정상의 남북화해 의지는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믿고 싶다.
문제는 정부여당쪽에 있다. 예컨대 야당의 ‘친북세력’ 원내 발언은 적절치 못한 청와대 비서실측 논평의 전후사정에 기인했다고 본다. 설사, 표현이 좀 과하다 해도 ‘친북’을 ‘용공’(세력)으로 들을 사람은 없다. 굳이 ‘용공음해’라고 들고 나온 논리비약은 신경과민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는 북측의 간접비방에 넌지시 편승하는 듯한 작금의 일부 이상기류를 우려한다. 조선일보가 핍박을 받는데도 같은 중앙지에서조차 거부대상이 될게 두려워서인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직대통령과 야당총재가 이런 욕, 저런 욕설을 다 듣는데도 방관만 하고 있다. 당국자에 대한 직접비방만이 비방이 아니다.
물론 정부의 입장이란게 있다. 말 못할 고충도 있을 것이다. 공동선언 이후 후속조치를 위한 접촉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인정한다. 하지만 내정에 대한 간섭까지 무작정 묵과하는 것은 참다운 화해의 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야당 총재의 대북정책 비판은 정부에 대한 정책비판이지 북측비판이 목적인 것은 아니다. 다원화 사회에서 저쪽이 듣기 싫은 소릴 하는 것은 못들은 체 해야 하고 이쪽이 대꾸하면 민족화해를 저해한다고 보는 것은 신 메커니즘이다. 대꾸를 하다보면 말이 많아지므로 참는데까진 참아야 하는 것도 안다.
정부의 새로운 노력이 필요하다. 야당총재나 전직 대통령이나 언론사나 모두 정부가 보호할 의무가 있는 국민이다. 북측과 공식창구를 지닌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 우리가 체감한 공동선언이후의 후속조치는 아직 적십자회담뿐이지만 공동선언의 민족사적 평가와 기대엔 지금도 변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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