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두 개, 입이 한 개인 것은, 말은 한 번 하고 두 번 들으라는 뜻이라고 한다. 또는 두 번 듣고 난 다음 비로소 한 번 말하라는 뜻도 된다. 귀가 좌우로 있는 것은 한쪽 말만 듣지 말고 양쪽 말을 다 참고하라는 뜻이라고 한다.
귀 담아 듣는다는 것은 음미하는 것과 같다. 음미하면 말하는 그 사람의 진의를 알 수 있다. 인간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 반드시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생각 그대로라고 할 수는 없어도 항상 안팎으로 담긴 의미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흘려 듣고 망녕되게 듣기가 십상이다. 그릇이 깨졌는지 아닌지를 소리로 알 수 있듯이 사람의 어리석고 현명함은 그의 말을 들어 알 수 있는데도 옳고 그름을 구별할 줄 모른다면 귀가 탁한 증거이겠다.
물고기는 입으로 낚이고 사람은 말로써 낚인다. 말로 천냥 빚을 갚는가 하면 말로써 화를 입기도 한다. 오가는 말이 고우면 평안하고 거칠면 갈등이 생긴다. 말로써 말 많으니 아예 말을 말까 하노라는 읊조림에서 보듯이 말이 말을 낳는다.
말이 사랑을 낳고 미움을 쌓이게 하고 화해를 가져오며 언쟁과 폭력을 부르기도 한다. 입씨름, 말씨름으로 상대를 이기는 순간, 상대는 등을 돌리고 마음 속에 날을 세운다. 말이 논쟁으로 흐르는 것을 막지 못하면 머지 않아 홍수를 만나게 된다. 말은 수단이지 무기가 아니다. 무기를 쓰면 폭력이 된다. 말의 성찬(盛饌)에는 먹을 것이 없다. 수식어가 난무하는 곳에는 진실이 없다. 더듬는 말 속에 깨끗한 음률이 있고 물 흐르는 듯 매끄러운 말 속에는 탁류가 가리워져 있다.
남과 이야기하는 것은 하프를 연주하는 것과 같아서 현(絃)을 켜는 일도 중요하지만 현을 누르고 진동을 억제하는 일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조율을 해야 화음을 내는 것이다.
이한동 국무총리의 인사청문회를 TV로 지켜보면서 느낀 말 하기와 말 듣기의 허(虛)와 실(實)이다.
/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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