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한자교육 문제가 30년만에 다시 논란이 되고 있어 생각나는 게 많다. 한자교육은 지난 1972년 교육용 기초한자가 제정된 이래 중·고교에서만 실시돼 왔는데 최근 한국한문교육학회 등이 초등학생에게 600자 정도의 한자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자 국어학계에서 우리 말을 더 잘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반대하고 나섰다. 어린이들에게 우리 글을 더 가르치고 우리 정신을 심어줘야 하는데 한자교육은 도리어 시대를 거스르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자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자꾸만 한자를 써서 ‘물’을 ‘음용수’, ‘따뜻한 물’을 ‘온수’, ‘잔다’를 ‘수면을 취한다’고 말해 우리글을 버린다고 말한다. 또 초등학생들은 학습에 굉장한 부담을 갖고 있어서 한자교육을 추가하면 아이들 부담을 늘리는 무리수라고 지적도 한다.
그런데 찬성하는 사람들은 중국 일본 등 인접국가와의 교류를 위해 필요하다며, 우리 말의 70%가 한자어이기 때문에 한자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또 한자공부는 학습지나 과외를 통해 받고 있는데 정규과목화 하면 사교육 비용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보통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언급하면 사대주의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초등학교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것을 사대주의 사상이라면 곤란하다.
한국은 한문 문화권에 속해 있다는 현실을 말하지 않더라도 대다수의 대학생이 부모 성명을 한자로 못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자를 배운다고 해서 어린이들이 물을 음용수라고 말하는 예는 없을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600자 정도의 한자교육을 영어 ABCD 익히는 것 쯤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아는 것은 힘’이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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