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불씨’ 아직도?

여야 총재의 극적인 약사법 조기개정합의에 따라 지난 20일부터 야기된 의료계 폐업사태가 파국국면에서 간신히 회복된 것은 불행중 다행이다. 그러나 아직은 사태가 완전히 수습된 것은 아니다. 핵심이 되는 약사법 개정은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임의조제가능의 근거로 제기되는 약사법 39조 2항을 없애어 포일포장 등을 통한 낟알판매를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료계측 주장을 약업계는 조제권 침해라고 맞서고 있다. 또 대체조제허용여부를 처방전에 표기하는 의료계의 엄격관리방안을 약업계는 마땅치 않게 여기고 있다. 우리는 이같은 쟁점이 의약분업의 본질에 따라 해결돼야 한다고 믿는다. 임의조제해석, 대체조제관리 등은 국민건강과 직결된다. 기왕 의약분업을

실시하는 것이라면 의약분업답게 실시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여야총수가 약사법 개정을 합의한 오는 7월의 임시국회는 아직도 상당 시일이 남았다. 정부가 약업계와 개정안 내용을 놓고 조율할 필요성이 있을 것으로 보아 7월 1일 이전의 법개정이 무리란 점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동안에 혹시 문제해결의 본질이 왜곡되어 엉뚱한 분란이 또다시 일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정부는 아울러 의약분업파동의 근원적 이유가 기초가 준비되지 않은데 있음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 1년을 연기하면서 준비해왔다고 하지만 의료체계의 효율성 등 기초단계의 부실은 여전히 면치 못하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회원국 가운데 의약분업을 안한 나라는 우리 뿐이라고 하지만 WHO(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세계보건2000’ 보고서는 한국을 58위에 기록, 태국(47위) 말레이시아(49위)보다 낮은 후진국에 포함시켰다. 이같은 여건에서 의약분업이 제대로 성숙되기는 무척 어렵다. 예컨대 신생아 분만 수가가 동물병원에 비해 4분의1, 맹장염 수술수가가 약5만원인 것은 의약분업을 저해하는 현실적 요인인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당초 의약분업을 실시해도 ‘국민적 추가부담은 없다’고 큰소리친 정부의 다짐에 있다. 한치앞을 애써 외면한 이같은 단견은 결국 막대한 재정부담이 아니면 의료보험인상이 불가피해져 국민을 우롱한 결과가 됐다.

의료계 집단폐업은 국민을 말할수 없는 엄청난 고통속으로 몰아넣었고 이에대한 책임은 정부 또한 모면할 수 없다. 여야총재 합의사항이 순조롭게 이행돼 다시는 국민이 고통받는 일이 없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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