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漢子)의원 의(醫)자는 활집 예, 창 수, 술 유(酉)의 결합이다. 전쟁터에서 부상병들을 술을 사용해 치료했던 데서 나온 글자로 전쟁과 관계가 있다. 중국에서는 오랜 옛날부터 알코올성분이 들어 있는 술을 이용하여 상처를 소독했는가 하면 마취효과를 거두었으며 현액순환을 돕도록 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의’는 ‘치료하다’는 뜻을 갖게 됐다. 또 약 약(藥)자는 풀 초(草)와 즐거운 락(樂)의 결합이다. 먹으면 ‘즐겁게 되는 풀’, 곧 ‘병을 다스리는 풀’을 뜻했다. 굳이 ‘풀’이 들어 있는 까닭은 한약의 재료가 대부분 풀, 곧 약초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약’은 ‘의술과 약초’라는 뜻이 된다. ‘의’가 술을 사용하여 상처를 치료하는 것이라면 ‘약’은 약초로 치료하는 것이다. 방법은 다르지만 병을 치료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의약은, 길은 달라도 종착점은 같은 수도동귀(殊道同歸)의 관계, 곧 불가분의 관계라고 하겠다. 본래 한길인 것이다.
그런데 작금 정부의 의약분업 강행에 반대하며 의료계가 집단 폐업에 들어가 환자들은 물론 전국민이 막심한 고초에 시달리고 있다. 병원이 문을 닫을 것이란 소리에 분만촉진제를 맞고 출산예정일보다 일주일 먼저 태어난 신생아가 하루 만에 숨졌는가 하면, 종합병원의 폐업으로 병원 3군데를 전전하던 70대 노인이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해 사망했다고 한다. 예정했던 수술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입원환자들을 강제로 퇴원시킨다면 말이 도지 않는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협상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의술은 인술이라고 했다. 의약의 본질을 외면하지 않고 집단폐업에 상관없이 소신껏 진료하는 병원과 의사들이 그래서 더욱 돋보인다./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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