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당근린공원 유감

18만3천여평의 도당근린공원은 틀에 맞게 조성된 부천시 최대규모인 중앙공원보다 오히려 자연경관이 빼어나다.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마치 자연휴양림에 들어선 기분이어서 주민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도당공원은 원망과 비난을 넘어 분노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부천시가 공원내 5천여평에 4만5천여본의 장미를 식재한 뒤 수도권 최대규모의 장미원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부천북부지역 장미2000대축제’를 성대하게(?) 열면서다.

공무원 총동원령이 내려진 가운데 열린 개막식에는 국회의원과 시장 등 ‘지시만 하면만사가 OK되는 줄 아는 높은 분들’(?)이 대거 참석해 너나 없이 축사를 하고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돌아갔다.

그들의 눈과 귀에는 모든 것이 최고로만 보이고 들렸을 것이다. 조직폭력배가 끼고 500여m를 즐비하게 늘어선채 자리세가 오가고 비릿하고 역겨운 냄새가 온종일 공원을 뒤덮고 있는 아비규환의 현실은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볼거리 즐길거리가 빈약한 부천에서 꽃과 나무만 있으면 물불가리지 않고 축제를 열고 축제를 통해 문화마인드를 제고할 수 있다는 아집과 독선에 사로잡혀 있다.

전국 최대·최초만을 목청높여 외치며 밀어부치기식으로 행사를 추진하는 그들에게 좀더 여유를 갖고 완벽한 장미원을 조성할 것과 편의시설을 구비한 뒤 축제를 열어도 늦지 않다는 직원들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됐다. 결과는 참혹했다.

시는 장미2000대축제가 1회인데다 식재한지 1년밖에 지나지 않는등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시인하고 있다. 여기에 2∼3년후면 최고의 축제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말한다.

시민들은 자신들이 직접 만들어가는 자연스럽고 실속있는 축제를 원하고 있다.

/부천=조종호기자 <제2사회부> jhch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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