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도쿄올림픽의 신금단 부녀상봉은 스포츠외적 감격드라마로 스포츠기자들의 열띤 취재전쟁을 낳았다. 가히 세계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북측 육상선수 신금단과 서울에 살고 있는 아버지의 부녀상봉은 지극히 짧은 순간이었지만 분단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보여 취재하던 기자들이 눈시울을 적셨다.
신금단 부녀상봉을 KBS-TV가 단막극으로 극화한 것은 그해 10월인가 싶다. 신금단 아버지역으로 고인이 된 김희갑씨가 출연했다. 그 역시 함경북도가 고향인 실향민 탓이었던지 원래 지닌 연기력에 알파를 더한 감정이 풍부하게 나타나 기막힌 연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막후 비화가 있었다. 대본에 없는 대사 한마디가 말썽이 됐다. 딸과 헤어지는 장면에서 감정이 격한 나머지 “공산주의도 싫고 민주주의도 다 싫다… 금단아!”하며 울부짖었던 것이다. 당시는 지금처럼 영상과 음향을 저장할 수 있는 ENG카메라가 없었던 때여서 녹화가 불가능했다. 생방송으로 나가기 때문에 그대로 방송된 김희갑씨의 대본에 없는 대사는 나중에 당국에서 조사를 받기까지 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는 말인데도 남북대치가 그만큼 예민하던 때여서 좀 문제가 됐던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으로 당장 효과를 보아 가장 희망에 부풀어 있는 사람들이 이산가족들이다.
생사확인, 서신교환만 해도 가슴 설레일텐데 하물며 만난다는 것은 벌써부터 밤마다 꿈에 보일만 하다. 정부는 폭주가 예상되는 이산가족들 만남의 신청을 고령자순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한다. 되도록이면 많은 만남이 가능한 북한당국의 인도주의 정신의 발현이 있으면 좋겠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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