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통령 평양방문 첫날 이모저모

분단 이후 처음으로 ‘대한민국’과 ‘REPUBRIC OF KOREA’라는 문구 및 태극마트가 선명하게 새겨진 특별기와 민항기 등 항공기 2대가 13일 오전 항공로를 통해 북녘땅 평양 순안공항에 내려앉았다.

김대중 대통령과 공식수행원을 태운 특별기와 특별·일반수행원과 공동취재단을 태운 아시아나 B-737기(1002편)는 이날 오전 9시45분께 북위 38도선을 넘어 북측 영공으로 들어갔다.

남북간의 ‘하늘 길’이 막힌지 55년만에 처음으로 열린 순간이었다. 창을 통해 들어온 북녘땅은 옅은 구름에 덮여 자세한 풍광을 볼수 없었다. 기내에는 곳곳에서 가벼운 흥분과 술렁거림이 일었으며 55년동안 막혔던 무거움에 비해 막혔던 장벽은 너무 가볍게 뚫렸다.

나지막한 동산, 도로, 하천 등 북녘의 풍광은 남녘땅과 다를 바 없었다.

논에는 모내기를 하기 위해 곳곳에 물이 차 있었으며 북한주민들이 모내기를 하는 광경이 보였고 일부 주민들은 일손을 멈추고 남측 대표단의 비행기를 쳐다보기도 했다.

공항 주변의 동산에는 돌을 모아 새긴 것으로 보이는 ‘위대한 주체사상 만세’라는 구호가 눈에 띄기도 했다.

평양 순안공항 주변은 소박하지만 깨끗하다는 인상을 주었고 각종 시설물도 새롭게 단장한 모습이었다.

공항 주변에는 양복과 군복차림의 북측 경비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펴고 있었다.

특별기는 서울공항을 먼저 출발했으나 평양 현지 행사관계로 수행원을 태운 아시아기보다 15분정도 늦은 10시27분께 평양 순안공항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수행원을 태운 아시아나기의 바퀴가 평양 순안공항에 굉음을 내며 닿자 기내에서는 일제히 “와”하는 탄성과 함께 힘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공항 환영행사를 끝내고 오전 10시50분 순안공항을 떠난 차량행렬은 20분만인 11시10분께 평양시 입구인 연못동에 도착해 잠시 정차했다.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 곳에서 잠시 차에서 내려 환영나온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를 했으며 악수를 하기도 했다.

평양시민들은 평양시 입구에서부터 연도에 나란히 서서 진홍색과 분홍색 조화(꽃술) 등을 흔들며 숙소로 가는 김 대통령 일행을 환영했다. 시민들은 조화를 열렬히 흔들며 “만세” “김정일 결사 옹위(擁衛)”를 끊임없이 외쳤다.

한 안내원은 “평양시민들이 대부분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 “남측의 대통령을열렬히 환영하기 위한 자발적인 인파”라고 말했다.

안내원들은 또 “위대하신 장군님이 여러분들을 따뜻하게 환영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 소감이 어떠냐”고 묻고 “김정일 장군님이 광폭(廣幅) 정치로 여러분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으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도의 시민들은 남자들의 경우 양복을 입거나 셔츠에 넥타이를 맨 차림이었으며 여자들은 대개 한복을 입고 있었다. 흰색 저고리와 검정색 치마를 입은 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많이 띄었다.

차량행렬은 연못동에서 4·25 문화회관까지의 ‘용 거리’, 전승기념관까지의 ‘비파거리’, 보통강 강안도로, 보통문, 만수대의사당, 옥류교, 만수대 언덕, 개선문 거리, 종로거리, 김일성 종합대학까지 평양의 주요거리를 10여㎞정도 순회했으며, 환영 인파가 단 한 곳도 빠짐없이 연도를 메우고 있었다.

차량행렬은 시속 평균 30㎞ 정도로 달렸고, 연도의 환영인파가 꽃을 흔들며 함성을 지르는 장면은 11시40분까지 무려 30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연도 중간 중간에는 학생들로 구성된 악대가 나와 행진곡 등을 연주하며 분위기를 돋우기도 했다./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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