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을 맞아…

제45회 현충일을 맞는 소회가 여느 해보다 새롭다. 6월은 현충의 달이다. 남북관계가 개선되고 민족화해가 싹튼다. 오는 12일은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대통령이 최초로 평양을 방문한다.

민족분단 55년, 한국전쟁 50년만에 갖는 역사적 전환점에 서있다. 순국선열, 특히 전몰장병 영현들에 대한 추모의 정이 각별하다. 남북대치는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며 남북화해는 이데올로기의 청산이다. 근래 좀 발빠른 변화를 보이곤 있지만 낡은 이념주의를 청산했다고 보기엔 아직 멀었다. 그렇긴하나, 공존공영의 미래를 기대해 볼 수 있는 것, 지금만한 변화를 가져온 것은 이념주의 추구에 희생된 영현들이 계셨기

때문에 가능하다.

돌이켜보면 격세지감이 든다. 농사를 짓다가, 장사를 하다가, 사무를 보다가, 학교서 공부하다가 저마다 전선에 달려가 젊음을 바치신 그 무렵은 농경사회였다. 산업사회를 거쳐 오늘의 정보사회 풍요를 살아남은 사람, 전후세대 그리고 지금의 젊은이들이 구가하고 있는 것 또한 영현들의 희생이 계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세기가 되도록 아물수 없는 상흔은 너무나 아프다. 오늘도 동작동 국립묘역에서 탄우가 비오듯 퍼붓는 산야서 혼신의 힘을 다해 나라를 지키다가 숨진 아들의 묘비를 끌어 안은채 그칠줄 모르는 노모의 오열은 살아남은 자들을 부끄럽게 한다. 세월의 흐름으로 영현들의 순국이 마치 역사책의 이야기처럼 희석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생명은 예나 지금이나 누구든 다 더할 수 없이 소중하다. 이처럼 소중한 목숨을 돌보지 않은 전몰 영현들의 희생은 과거사가 아니다. 현실속에 생생히 살아 있다. 다시는 또 동족상잔의 참혹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영현들을 우리 가슴속에 두어야 한다.

남북왕래가 잦아지고 금강산구경을 할 수 있게 됐다해서 한반도에 평화가 깃든것은 아니다. 진정한 평화는 방심이나 맹목적으로 얻어질수 없다. 평화는 의지와 노력의 산물이다. 뜻깊은 현충일을 맞아 이같은 의지와 노력을 다같이 다짐해야 한다. 가무를 즐기고 골프나 치라고 공휴일로 지정한 것이 아니다. 특히 지도층 인사들은 오늘의 몸가짐에 이탈이 있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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