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향리

매향리일은 주민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50년을 그렇게 살았으면서 새삼 왜 항의냐 하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 누구도 그들에게 인내를 더 강요할 권리는 없다.

‘폭탄투하로 인한 직접적피해는 없다’는 한미합동조사단발표에 이어 폭격훈련이 재개된 2일 매향리주민들은 항의시위를 벌였다. 그렇찮아도 조사단발표가 미덥지 못한 터에 19일만에 다시 시작된 폭격기 10여대의 농섬사격훈련 굉음은 주민들을 자극했다.

주민대책위원장 전만규씨(44)는 사격장 철조망을 뜯어내고 들어가 주황색 사격예고깃발을 끌어내린 뒤 찢어버렸다. 경찰은 전씨를 군사비밀보호법 등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전씨의 행위는 흥분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나온 행동이지 군사기밀을 탐지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 그를 구속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제2 전만규’ ‘제3 전만규’가 나올수록이 사태는 더 악화된다. 내일은 사격장 주변의 인간띠 잇기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매향리사태는 언젠가는 결국 수습된다. 주민들을 자극시켜 사태를 점점 악화시킨뒤에 수습하는 것은 현명치 않다.

훈련하는 상대가 미군이어서 미국을 말할뿐 주민들이 미군에 특별한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공군의 훈련장 같았으면 정부를 상대로 성토했을 것이다. 순수한 주민의 생활욕구, 기본적 인권주장이 엉뚱한 방향으로 왜곡되지 않기 위해서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처럼 시누이꼴이 되어서는 안된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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