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개항 예정인 인천국제공항과 해안경비를 위해 군부대가 영종도와 용유도 전체 해안 61㎞의 77%인 47㎞에 철조망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철조망 설치를 추진중인 인천지역 주둔 군부대는 지난 98년 서해교전 이후 중요성을 더해 가고 있는 해안경계를 강화하고 국가시설인 공항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국가 기간시설인 국제공항과 해안의 방위는 중요하다. 그리고 당연히 군 당국은 철저한 방위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철조망 설치는 재검토 되기를 바란다.
앞으로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외국인의 대부분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라의 관문에서 외국인들에게 살벌한 철조망부터 보여준다면, 한반도의 불안한 군사대치 상황을 마치 ‘홍보’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좋지 않은 첫 인상을 받게될 것이다.
더욱이 인천시가 외자를 유치해 용유도와 인근 무의도 일대 213만평에 2010년 완공목표로 해상호텔 1개, 카지노호텔 5개, 일반호텔 5∼6개, 3만평 규모의 전통민속마을 등을 갖춘 대규모 국제관광 단지를 조성, 연간 3천70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 들인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철조망을 친다면 과연 관광객이 찾아올 마음이 생길 것인지부터 우려된다. 또 그런 관광단지 조성에 투자할 외국인이 있을지도 의문이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공항주변에 철조망이 쳐진 곳이 없지만, 군 당국이 안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 굳이 구시대의 유물인 철조망이 아니라 눈에 잘 띄지 않는 적외선 감지기나 진동 감지기 등 첨단 장치를 활용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서해안에서 시민단체들이 ‘바다 되찾기 운동’ 등을 벌여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철조망이 철거돼 가고 있는 실정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또 이 일대 해안의 철조망은 개펄에서 조개 등을 채취해 생계를 이어가는 3천여 공항주변 주민들의 생존권도 위협하게 된다. 영종도와 용유도 전체해안 중 47㎞에 철조망을 설치하려는 군부대의 계획을 재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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