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세력의 도덕성 위기

광주민주화운동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던 민주당 386세대 일부 국회의원 및 당선자들이 전야제날 단란주점에서 여종업원의 시중을 받아가며 술판을 벌여 국민들을 실망시킨 사건이 발생하여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27일 녹색연합의 사무총장과 총선시민연대 대변인을 지낸 현직 대학교수가 여대생 추행혐의로 체포되어 구속영장이 신청된 사건이 발생,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산업연구원장이 노조로부터 여직원 성희롱 의혹을 받고 있다.

이번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을 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이들은 이유야 여하튼 우리사회에서 개혁세력으로 잘못된 정치사회를 올바르게 개혁하기 위한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 또한 크다. 386세대 국회의원 및 당선자들은 광주민주화운동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을 맺고 있으며, 이들이 정치에 입문하는데 광주민주화운동에 힘입은 바가 적지 않다. 그런데 민주화를 위하여 목숨을 버린

영령들과 아픔을 같이하기 보다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니 이 얼마나 해괴한 일인가.

녹색연합 장원(張元) 전 사무총장의 경우 더욱 실망스럽다. 대표적인 환경운동가로서 지난 총선시 총선시민연대 대변인으로서 얼마나 도덕성을 강조하였는가. 우리는 그의 입을 통하여 시민단체의 높은 도덕성이야말로 시민들이 기대하는 우리 사회의 마지막 기둥인 것을 인식했고, 시민들 역시 동시에 시민단체의 도덕성을 기준으로 썩은 정치인들의 비도덕성을 비판, 그들을 정치권에서 퇴출시키고자 낙선시키는 운동에 동참하였다.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시민단체인 녹색연합의 사무총장과 총선연대의 대변인이었던 사람이 나이어린 여대생을 성추행하다니 놀랍고 참담한 심정이다.

개혁을 외치고 또한 국민들로부터 개혁에 대한 기대를 한몸에 받아온 개혁세력들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지르고 있으니, 국민들은 실망을 넘어 절망할 뿐이다. 이들의 개혁에 대한 주장이 하나의 허구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개혁세력은 이번 일을 일과성의 해프닝으로 넘겨서는 안된다. 변명과 일시적 과오로 치부해서는 안된다. 더욱 철저한 자기 반성과 성찰을 통하여 고도의 도덕적 기준을 제시,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개혁세력의 대오각성이 있을 때 국민들은 개혁세력에 대한 새로운 기대를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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