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국회를 他山之石으로

국가적 위기 속에 제 역할을 찾지 못했다는 혹평을 받은 15대 국회가 29일 4년간의 임기를 마감한다.

사상 첫 여야 정권교체를 경험한 15대 국회는 총 1천561건의 법안을 처리하면서 ‘일 하는 국회상’ 정립에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극심한 정쟁과 대결로 얼룩져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불식하지 못했다.

1996년 5월30일 문을 연 15대 국회는 1997년 12월 대선 때까지는 정권을 잡기 위한 정쟁으로 일관하더니 정권교체가 이뤄진 1998년부터는 집권당의 숫적 열세 속에 불안한 나날을 지속했다. 이 과정에서 15대 국회 이미지는 ‘방탄국회’‘폭력정치’‘날치기’ 등으로 굳어졌다.

정권교체 전 8차례밖에 소집되지 않았던 15대 국회는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25차례나 열렸으나 이중 17차례는 야당 단독의 ‘방탄국회’였다. 또 5차례 임시국회에서는 단 한번의 본회의도 열리지 않는 등 국회 문만 열어 놓고 공전된 일수가 286일에 달했다.

특히 광복 이후 최대 국난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맞아 오히려 위기극복에 걸림돌이 됐다는 비판도 면치 못했다.

개혁이랄 것도 못되지만 4·13총선을 앞두고 여론에 떼밀려 지역구 의원정수를 253명에서 227명으로 줄인 게 고작인가 하면 5차례 열린 청문회도 매번 진상규명에 실패, ‘청문회 무용론’까지 자초했다.

15대 국회가 이처럼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데는 야당으로 바뀐 하나라당의 비협조도 컸지만, 공동정권으로 출범한 여권이 정치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이유도 있다. 물론 국회의원 각자들은 할말이 많이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15대 국회는 이렇게 막을 내리는 것이다.

30일부터 16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15대 국회를 지적한 이유는 6월5일 개원하는 16대 국회는 15대와 같은 전철을 밟지 말아달라는 뜻이다. 의원 3명중 1명 꼴로 당적을 바꿔 ‘철새행각’을 서슴치 않고 당리당략에만 치우쳤던 15대 국회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16대 국회는 새천년의 원대한 국정을 슬기롭게 수행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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