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가 여전히 혼탁하다. 장애인 임금을 착취하고 장애인고용기금 20억여원을 착복한 악덕업자와 불법을 눈감아 주고 뇌물을 받은 공무원 등 18명이 수원지검에 적발된 사건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장애인을 볼모로한 치졸하기 이를 데 없는 파렴치 범죄로 공분을 금할 수 없다. 더욱이 악덕 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기고 불법을 묵인해준 그런 공무원들에게 혈세로 조성된 장애인 고용기금을 맡긴 국민이 서글퍼지기도 한다.
정부가 그동안 공직사회를 비롯한 사회 각 분야의 부정 부패 척결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껏 각종 비리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의 사정·개혁이 공무원 사회와 업계에 뿌리깊게 형성돼 있는 부패구조를 놓아둔 채 겉으로 불거진 개별적 ‘사건’만을 문제삼아 관련 당사자를 처벌하는 수준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이번 장애인 고용촉진기금 편취사건은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관련 공무원과 장애인고용 기업간의 고질적인 유착관계의 전체적인 구조를 이제껏 손대지 못한탓에 빚어진 것이다. 정부 당국이 장애인고용 장려금 및 시설융자금 등 각종 지원금 배정과정에서 제도적으로 어떤 문제와 허점이 있었기에 그런 부조리가 생겨나는지를 파헤쳐 원인치료를 했더라면 기업인이 장애인고용기금을 편취하고, 공무원이 뇌물을 챙기는 사태가 빚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용촉진기금 배정과 사후관리가 형식적 실사에 그쳤기 때문에 비양심적 기업인들이 장애인을 고용한 것처럼 서류를 허위로 꾸며 눈먼 돈 가로채듯 기금을 편취했고, 정신지체 장애인 근로자들에게 월 2만∼10만원의 임금을 지급하고서도 최저임금(36만원)을 지급한 것처럼 임금대장을 허위작성, 차액임금을 착취하는 일이 벌어졌다. 심지어 이들은 시설자금을 지원받아 장애인 기숙사와 공장을 차려놓고 이를 다른 업체에 임대한 채 정신지체장애인들을 컨테이너 박스에 수용, 사역을 시키기도 했다. 이는 전적으로 관계당국의 불찰책임이 큰 것이다. 따라서 당국은 기금신청 기업의 엄격한 자격심사와 철저한 실사 및 사후관리 강화 등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수사기관 또한 이와 유사한 범행이 다른지역에는 없는지 수사를 확대해 파렴치범을 색출, 엄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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