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스포츠 경기 때 마다 관중이 운집하는 경기장 대부분이 ‘안전사각지대’라면 심히 우려되는 사태다. 촌각을 다투는 불상사가 발생해도 신속히 응급조치를 할 수 없다면 언제나 위험부담을 안고 경기에 임하는 셈이다.
운동경기 중 선수가 사상을 당할 위험은 항상 있는 것이지만 지난 4월 18일 프로야구 경기도중 심장발작으로 쓰러진 롯데팀의 임수혁선수 같은 경우는 경기장이란 곳이 스포츠 애호가들의 함성에 묻힌 안전사각지대임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임선수의 사고 이후에도 응급상황에 대비한 구장의 설비가 하나도 보완·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또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한국야구위원회(KBO)도 응급상황 대비조항이 전혀 없는 현행 경기장 규정을 개정치 않아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임선수의 사고발생 처리만 해도 그렇다. 임선수가 사고 이후 곧바로 심폐소생조치를 받았으면 의식을 찾지 못하는 상태까지 악화되지는 않았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경기장에 대기하고 있던 앰뷸런스에 심장의 박동이 미미해지고 불규칙해질 때 전기적인 충격을 가해 회복시키는 의료장비 ‘심실재세동기’만 있었다면 바로 심폐소생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미국 일본 등의 구장에는 전문의료진이 대기하고 있는 것은 물론 심실재세동기 정도의 기본장비는 당연히 비치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구장 상황은 너무 열악해 간호사와 인공호흡장비가 있는 앰뷸런스를 대기하는 정도가 고작이다. 각 구단에서는 심실재세동기를 설치한다 해도 이를 다룰 전문의를 계속 상주시킨다는 것은 비용면에서 불가능하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나 심장재세동기는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전문대 응급구조학과 계통 졸업자나 350시간 정도의 관련교육을 받은 사람이면 취득할 수 있는 1급 응급구조사의 자격증 소지자면 다룰 수 있는 장비다.
팀마다 정형외과, 일반외과, 내과의사 등이 있고 선수, 코치, 심판의 건강까지 관리하는 ‘패밀리 닥터’를 함께 두고 있는 외국처럼은 못되더라도 응급환자 발생에 대비한 장비 및 의료진이 상시 대기할 수 있도록 구장규정을 하루빨리 마련, 선수와 관중들의 안전을 도모하여 주기 바란다. 물론 경기장 관리 당국 역시 응급대책을 당연히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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