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충성

과잉충성이란 말이 있었다. 자유당때 시작해서 군사정권시절에 많이 쓰였다. 주로 공직사회에서 성행했다. 정권이 의도하는 바를 알아 그에 영합하는 일종의 위법행위인 것이다. 선거나 고문에서 많이 행해졌다. 선거선심이란 것도 이때 생긴 것이다. 고의로 정전을 시켜놓고 촛불로 개표작업을 하는 올빼미개표, 손가락에 깍지를 끼어 야당후보표에 인주를 묻혀 무효로 만드는 피아노개표가 이 무렵에 있었다. 기권자를 투표한 것처럼 꾸며 여당후보의 몰표를 투표함 이송직전에 넣기도 했다.

고문도 그랬다. 민주화운동의 시국사범을 다루면서 혹독한 고문으로 엉뚱한 사람에게까지 혐의를 옭아매곤 하였다. 1987년 서울대생 박종철씨 고문치사사건과 관련,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2억4000만원, 손배승소 확정판결에 따라 국가가 청구한 구상금 소송이 승소했다.

국가가 박씨 유족들에게 지급하는 돈을 물어내야 할 사람들은 당시 치안본부장 K씨등 관련자 9명이다. K씨는 고문을 직접 지시하진 않았으나 고문경찰관을 도피시키는 등 직무유기등 불법행위가 인정된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전에는 과잉충성을 하면 위에서 기특하게 여겨 출세시켜주는 예가 많았다. 이심전심으로 통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민도가 깨어 이심전심의 과잉충성도 벼락출세도 용납지 않는 세상이 됐다. 재판중인 고문기술자 L씨도 자업자득이지만 그같은 과잉충성의 피해자인 셈이다.

정권은 유한하다. 공무원의 과잉충성은 자신도 망치고 자칫 잘못하면 가산도 탕진하는 패가망신의 길이다. 아직도 과잉충성의 유혹을 버리지 못한 공직자가 있으면 정신을 차려야 하는 것이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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