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16대 총선거는 끝났다. 앞으로 각 선거구별로 지역민들의 민의를 대변하고 국정을 논의할 국회의원 당선자들도 결정됐다. 이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지역민들의 단합과 화합을 해치는 선거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이를 조속히 치유하는 일이다. 그동안 각 당 및 후보진영간 사생결단의 살벌했던 선거판 분위기를 가라 앉히고 평상심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총선과열로 뒷전으로 밀렸던 민생을 보살피는 일에 눈을 돌리고 덩달아 들떴던 사회분위기도 진정시켜야 한다.
이성을 잃은 이번 선거판은 초반부터 원색적인 상호비방과 인신공격, 근거가 불분명한 폭로와 흑색선전,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언동이 난무했다. 특히 특별한 공약대결도 없이 후보의 병역·납세·전과기록 등의 공개로 선거 이슈가 개인 후보에 대한 검증문제로 좁혀져 개인 신상에 대한 비난 폭로가 더 치열해졌다. 상대를 흠집내는 부정적 선거운동으로 분위기가 과격해지고 저질스런 언사와 동작으로 서로가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됐다.
또 공직사회는 어떤가. 정당에 소속된 지자체장들이 은밀하게 자기 당 후보돕기에 나서 지방행정의 엄정중립이 위협당했고, 공무원 사이에 반목과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렇게 된데는 각 후보진영과 당적을 가진 지자체장들이 엄정하게 중립을 지키기 어려운 분위기를 조성한 각 정당들의 책임이 크다. 이번 선거에서 싸웠던 모든 당사자들은 이같은 비생산적인 갈등과 반목을 말끔히 씻어내고 소홀했던 경제와 민생문제 해결에 눈을 돌리는 한편 흐트러진 사회기강을 바로 잡는 데 매진해야 한다. 특히 6월에 열릴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내고 중지를 모으는 데 협력해야 한다. 제1당이 어느당이 되든 승자의 겸양과 패자의 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역대 어느 선거때보다 혼탁 타락의 정도가 심했던 만큼 위법사례에 대한 사법조치는 철저해야 한다.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이번 기회에 고쳐지도록 확실한 본보기를 보여 줘야 한다. 과거에 흔히 그랬던 것처럼 선거가 끝났다고 해서 엄연한 위법사례도 지난일로 치부하고 적당히 얼버무리게 된다면 우리 선거판의 고질은 영영 치유할 수 없을 것이다. 그뿐인가. 국민이 그토록 외쳐온 정치개혁도 헛구호로 그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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