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7일 7시쯤이었을까.
본사 편집국장에게 농림부 고위관리의 간곡한 전화가 걸려왔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파주지역의 가축괴질에 관련한 전화였다. 구제역이란 말은 빼달라는 것이었다. 1보는 이미 괴질로 나갔기 때문에 이날 제작하는 속보는 의사구제역으로 나가려던 참이었다.
국장은 여러가지로 생각한 끝에 차마 의사구제역으로 못박지 않고 ‘구제역으로 의심되는 괴질’로 속보를 내보냈다. 사실은 은폐될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확실한 역학조사가 나올때까지 구제역이란 말을 빼달라는 농림부측 생각이나 의심되는 사실을 숨길수 없다고 보면서 농림부측의 의중을 살린 본사 생각이나 다 국익을 고려한 것이다.
경기일보의 보도는 물론 근래 드문 특종이다. 그러나 제발 오보이기를 바라는 마음 없지 않았다. 지난 2일이었다. 마침내 가축검역기관에 의해 구제역으로 공식확인됐다. 그순간, 특종이 확인된 기쁨보다는 축산업 기반이 뻥 뚫리는 아픔이 크게 클로스업됐다.
대형교통사고로 사망자와 중상자가 속출한 가운데 마감시간에 쫓기는 취재기자가 중환자실 문턱에서 몇명이 더 숨질 것인가를 확인하는 것은 가족들에게 몰매맞을 일이다. 하지만 기자가 그 일을 서슴지 않는 것은 숨지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고 정확한 실상을 보도하기 위한 고충인 것이다. 신문을 만들다 보면 이런 어려움이 있다.
구제역은 불행히도 국지적 문제가 아닌 전국적 현상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축산업의 기반보호를 위한 범국민적 노력이 요구된다.
당국의 대책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국내 소비가 늘어야 한다. 구제역은 인체와 무관, 무해하다는 국제사회에 공인된 관계당국의 말을 믿어야 한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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