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맛바람 부추기는 학교

신학기를 맞이한 학교에 또 치맛바람이 불고 있어 학부모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고 한다.

최근 초·중·고등학교에 학교운영위원회, 자모회 등 각종 새로운 학부모 조직이 구성되면서 이들 조직이 학교발전기금이나 회비 등 명목으로 학부모들에게 반강제적으로 모금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에게 더욱 불만을 가중시키는 것은 일부 학교측이 교실환경정비 또는 비품교체 등 명목으로 모금활동에 편승하는 점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불이익이나 차별이 있을 것을 염려하여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모금동참 권유에 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보의 취재에 따르면 용인 모 초등학교는 학급 담임이 학교장이 커튼 교체 등을 지시했다면서 ‘학부모 대표들이 나서줄 것’을 요청, 학급별 학부모 간부가 학부모를 대상으로 1인당 2만∼3만원을 모금키로 했다고 한다. 수원 모 초등학교도 학부모 조직이 구성되자마자 학급활동과 환경개선비로 사용한다며 학부모 대표들이 2만5천원씩을 학부모들에게 부담시켰다는 것이다.

중·고등학교도 거의 마찬가지여서 부천 모 고등학교의 경우 신임 학부모회장이 학년 및 학급 학부모 간부에게 학교발전기금으로 1인당 연간 20만원의 회비를 납부토록 하고 학급당 200만원 정도가 모금될 수 있도록 임원을 확대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치맛바람은 학부모 조직간의 경쟁이다. 성남 모 초등학교는 학부모회의 모금은 물론 자모회와 체육진흥회 등도 자체적으로 경쟁적인 회비 모금활동을 전개하고 학교측도 학부모 조직간 모금경쟁을 은근히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치맛바람 현상이 심각한 학부모 조직 간부와 교사들이 정기적으로 회식을 하는가 하면 심지어는 소위 2차도 동행하는 등 교육질서를 무너트리는 사례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치맛바람과 일부 학교측의 편승실태를 과연 교육청 당국이 모르고 있는가. 모금전달 등으로 학교측에 잘 보이려는 학부모들의 교육관도 문제점이지만 학부모들의 모금전달을 거절하지 않는 학교측의 잘못은 더욱 크다. 학부모들의 각종 모금과 이를 부추기는 일부 학교측의 자성은 물론 교육 당국의 지도·단속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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