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풀려 봄철로 접어들면서 사람들의 바깥 나들이가 많아졌다. 겨우내 방구석에 갇혔던 아이들도 개구쟁이 놀음이 시작돼 골목길이 시끌시끌하다. 주부들은 전같으면 하루에 한번 갔던 시장나들이가 두세번으로 늘었다.
이런 가운데 노인들의 나들이 또한 늘었으나 수원시내엔 기껏 공원밖에 갈곳이 없다. 팔달산공원, 장안공원같은 곳에 많이 몰려들고 있다. 대부분은 구면들의 만남이다. ‘근데, 아무개는 왜 안보이느냐?’는 궁금증 끝에 서로 수소문한 결과는 ‘그 영감탱이 지난 겨울에 세상 떴데…’하는 뉴스로 한참동안 말이 오간다. 노인들에게는 누군가 친면있는 노인이 죽었다는 것은 곧 충격이다.
‘잔잡으면 흥이 나고 꽃보면 우음(웃음)난다/뉘라서 날 늙었다하는고/귀밑에 흰 백발인들 내 어이 하리오…’
윤선도의 것으로 기억되는 고시조 ‘백발가’의 한대목이다. 노인이라고 하여 인간의 감정이 조금도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회생활에서 소외되는 노인이 가정생활에서까지 소외되는 것은 더할 수 없는 아픔이다.
노인들에게는 비록 현실적응의 기능은 없지만 오랜 연륜의 혜지가 있다. 인생의 경륜이 있다. 집안에서 무슨 일이 있을때마다 노인들에게 의견을 묻는 것은 노인에게 인정감을 주는 좋은 현상이지만 실제로 도움이 된다. 온 가족이 노인을 마음속 깊이 우러나는 존경심으로 받드는 가정에는 불화가 없다. 집안에 평화가 감돈다. 노년에 무슨 일이든 일거리가 있는 것은 노인들에게 더할 수 없는 즐거움이다.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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