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에서 남침용 땅굴이 발견됐다’는 지난 2일의 SBS-TV보도에 대한 진위를 놓고 여야가 상반된 반응을 보여 주목된다.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정부가 햇볕정책을 의식, 뭔가 은폐한 것 같다’는 주장인 반면에 민주당은 ‘안보문제를 정략으로 이용하는 것은 상상도 못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군당국은 90년 3월, 제4땅굴을 추가발견한 이후에도 탐지작업을 계속해온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여러경로의 정보와 인공위성 및 항공촬영 등을 토대로 20여개의 추정지역에 대한 탐지노력을 해왔다. 문제의 연천지역에도 지난해 수차 의혹이 제기되는 등 땅굴설이 있었다.
그러나 군 당국의 부인은 대개는 객관적 판단이기보단 일방적 발표의 성격이 짙었다.
SBS보도, 즉 휴전선에서 남으로 불과 10㎞떨어진 지하 36m지점에서 발견됐다는 남침용 땅굴을 군당국이 공식부인했으나 진위에 석연치 않은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야권의 말대로 정부가 그동안 추진한 햇볕정책의 손상이 우려되어 땅굴로 판명됐거나 땅굴의 징후가 짙은데도 굳이 은폐한다고는 꼭 믿고싶지 않지만 오해의 소지는 없지 않다. 더욱이 이번 연천땅굴은 자연동굴이란 것이 군당국의 발표다. 인공의 흔적을 제시한 보도내용과 너무 큰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여당은 과거 정권처럼 안보를 정략에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나 세간이 의문을 갖는 것은 과거와 같은 공포형 안보정략이 아니고 그 반대유형이 되는 안보경시의 신종 정략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담담타타(談談打打)는 북한의 대남기본 전술이다. 행여라도 설마하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같은 생각을 허점으로 노리는 것이 변함없는 저들이다. 이미 발견된 남침용 땅굴마저 부인, 남조선의 모략극 책동으로 뒤집어 씌우는 것이 북한사람들이다.
임기내 한반도의 냉전종식을 다짐한 김대중 대통령은 유럽순방길에서도 정상을 만날때마다 북한 끌어내기에 힘쓰고 있다. 그러나 강력한 안보태세의 확립없이는 불가능하며 땅굴문제는 안보태세에 속한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민군합동조사단에 의한 연천땅굴공개탐사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공개탐사는 결과의 진위가 어떻든 비단 이번에 국한하지 않고 앞으로도 의심되는 땅굴이 제기되면 그때마다 합동으로 실시하기를 강조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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