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상하는 선거공약

한국의 국회의원 선거문화는 확실히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초등학교 반장선거가 훨씬 민주적이라고 하여도 아마 유구무언일 것이다.

여당·야당 가릴 것도 없다. 과거보다 더 극심해진 지역감정 부추기는 교활하기까지 하다. 지역감정을 타파하자는 명분으로 오히려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있다. 말로는 그럴듯 하게 지역주의 청산을 주장하지만 그 발언속에는 지역주의 자극내용이 담겨있다.

공식선거 운동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런 식이니 선거일이 임박해지면 그야말로 하늘이 노래질 것 같다. 너는 죽고 나는 살아야겠다고 피튀기는 싸움판으로 변할게 분명하다.

4·13총선이 고질적인 지역감정 심화와 상호비방, 폭로전으로 전개되는 것도 실망스럽지만 출마예정자들이 내놓을 공약이란 것도 유권자들을 기만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한마디로 식상하기가 이를 데 없다. 준비중인 공약 대부분이 과거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나 총선 등에서 제시됐거나 이미 추진중인 사업들이다. 재탕, 삼탕을 하는 것들이다.

경기지역 S시에 출마할 각 당의 출마 예정자들이 내놓을 공약만 해도 그러하다. 공업단지 조성을 비롯 군용비행장 소음문제 해결, 전철선 연장 문제 등은 해당 자치단체나 정부차원에서 진행중인 사업들이다. P시의 출마예정자들도 인근 국제공항의 소음문제 해결을 내세우고 있으나 이 사업 역시 지난 15대 총선 출마자들과 시장 출마자들이 내세웠던

것이다.

또 다른 후보자들의 공약인 무분별한 난개발 방지, 도농복합시로의 승격문제, 접경지역의 체계적 개발 등등 역시 모두 추진중인 사업들이다. 해당 지역의 시장·군수, 기초의원들이 수립, 시행중인 계획을 재탕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역발전도 중요하지만 국회의원은 국정수행 능력이 있어야 한다. 실속없는 공약이 남발되고 있는 이때 경실련 경기도협의회와 경기총선 시민연대가 경기도 현안에 대한 정책질의서를 출마 예정자들에게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출마자들의 정책대결을 유도하는 가운데 국정수행능력을 평가, 발표하겠다는 경실련과 시민연대의 계획은 새로운 이슈다.

4·13총선 출마자들의 진지한 정책대결과 새로운 공약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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