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손벌리는 총선走者

정치개혁의 핵심과제중의 하나는 ‘돈판 선거’의 척결이다. 그런데 4·13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돈’관련 불법사례가 곳곳에서 드러나 혼탁조짐을 보이고 있다. 얼마전엔 선거브로커들이 각당 후보공천자들에게 접근, 표를 조건으로 금품을 요구해 이에 질린 공천자가 출마를 포기하는 파문이 일더니 이번엔 반대로 출마예정자들이 기업인들에게 선거자금 지원을 집요하게 요청해 기업인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보도다.

어떤 중견기업인은 안면이 있거나 무시못할 출마예정자들로부터 선거자금을 보태달라는 요청을 받고 후원할 대상과 금액에 대해 며칠째 고심하고 있으며, 어떤 기업인은 아예 사무실을 비우고 있다. 사업상 처리해야 할 업무가 쌓여 있지만 후원금 요청전화가 쇄도, 이를 피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사무실 출근을 하지 않고 있다.

여야가 그동안 깨끗한 선거를 치르기 위해 법이 허용하는 선거비용의 거의 전액을 국고에서 부담토록 선거공영제를 확대했음에도 출마예정자들이 여전히 기업인들에게 손을 벌리는 것은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적 여망을 망각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정치개혁을 하겠다고 몸소 뛰어든 386세대들 마저 초장부터 개혁은 커녕 구태에 물들고 있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돈정치·돈선거의 폐해는 이제 새삼스럽게 거론할 필요도 없다. 기업인들이 정치인들에게 제공하는 선거자금은 누가 뭐라해도 대가를 기대하는 ‘보험금’ 성격이 짙다. 처음엔 순수한 동기에서 후원했더라도 이를 고리로 자주 접촉하다 보면 온갖 비리를 잉태하는 정경유착으로 빠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정치자금의 속성이다.

때문에 현행법이 대가관계가 없더라도 후원회와 선관위를 통하지 않은 정치자금은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 정당이나 정치인이 기업으로부터 직접 돈 받는 행위를 차단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자금이라는 이름으로 정경유착이 횡행하는 썩은 정치를 마감하자는 취지일 것이다. 따라서 4·13총선을 치르면서 지금 우리가 추진하려는 개혁도 ‘돈 선거판’을 척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신성해야 할 표를 무기삼아 금품을 요구하는 브로커들이 기승부리고, 기업인들에게 불법적으로 손을 벌리는 정치인이 없어지지 않는 한 ‘깨끗한 선거’라는 구호는 공허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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