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예술적, 주술적 두측면의 정치가 있다.
미국의 공화당 대통령후보 지명전이 한창인 부시 대 매케인의 용호상박은 전자로 평가할 수 있다.
이에비해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 이한동 총재의 공동정부 파기선언과 청와대측의 ‘확인유보’반응은 후자에 속한다.
당초부터 요지경속이었던 DJP공조의 파기조짐을 근래들어 감지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자민련이 내세운 내각제 위약은 공동정부 파기의 명분이 되긴 된다. 평소 갈등을 보여온 안보관의 현격한 차이도 내심 적잖게 작용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발표된 내용은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DJP공조 파기선언을 돌이킬 수 없는 파경이라기 보다는 별거로 보이는 전망을 떨칠 수 없는 것은 ‘제2의 공조’부활이 능히 예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DJ나 JP나 지난 2년의 공조로 서로가 서로를 이미 충분히 이용했다. 이젠 연합공천이 불가능해졌고 선거채비에 딴살림이 서로 유익해진 처지속에 발표된 ‘파기선언’이나 ‘확인유보’는 거듭 후일을 기약하는 총선용 체취가 다분히 담겼다. 청와대가 DJP공조는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유효를 새삼 강조한 것은 제16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단독과반수의석 확보에 실패할 경우를 대비키 위한 것이다. 또 자민련이 이를 굳이 부인하지 않은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4·13총선 결과에 따라 공조부활이 가능한 정치주술의 이같은 묵시는 국민을 우롱하는 것이다.
민주당이나 자민련이 이런 의심을 정 받고싶지 않은 분명한 의지가 있으면 지금이라도 태도를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공동정부 몫으로 안배된 국무총리를 비롯한 자민련당원의 제반 공직자들을 JP는 철수시켜야 한다.
또 DJ는 자민련을 탈당치 않는 공직자들은 당연히 모두 해임해야 한다. 야당의 길을 가겠다는 자민련이 당원인 공직자들은 개인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는 것은 궤변이다. 당원을 국무총리로 둔 야당은 없다. 박태준 총리가 자진 철수치 않는 이유가 자리도 자리이지만 DJP파경이 아닌 편의적 임시별거의 정서를 알기 때문인 것으로 믿는다.
DJ와 JP는 국민에게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한다. 좀더 진솔해지기를 촉구한다. 관객은 마술의 순간엔 속지만 그것을 진실로는 믿지 않는다. 또 두번보는 마술엔 흥미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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