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깬 영한사전

영어 구사능력이 좀 뒤떨어지는 한국과 일본 공직자들을 빗대 시중에 나돌고 있는 우스갯소리 가운데 ‘3S’라는 게 있다. 국제회의석상에서 한국대표단과 일본대표단은 세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첫번째는 조용하다는 것(Silent)이고 두번째는 틈만 나면 존다는 것(Sleep), 그리고 꾸벅꾸벅 졸다가 양국 대표단이 우연히 마주치게 되면 멋쩍어서 잘 웃는다는 것(Smile)이다.

물론 국제회의석상에서의 한국대표단 영어실력이 전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오명을 떨쳐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최근 공무원사이에 어학공부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고 한다.

행정자치부 등 중앙정부는 물론 전국 지방자치단체도 예외는 아니다. 경기도의 경우 도청소속 공무원을 상대로 영어·중국어·일어 등 3개 외국 외국어교육 수강생을 모집한 결과 예년에 비해 47%가 증가했고, 수원시는 직원들의 영어능력 배양을 위해 각 실·과별로 업무보고서와 기안문 각 1건씩을 영어로 작성해 보고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공직사회와 일반 기업들이 이렇게 영어에 열성인데 비해 영한사전은 너무나 부족하다. 영어교육 인프라중 첫손으로 꼽힐만한 게 영어와 모국어의 다리를 놓는 영한사전인데, 현재 영한사전은 잠을 자고 있다.

1949년 이양하·권중휘의 일본 ‘포켓용 리틀 딕셔너리’번역본 ‘스쿨 영한사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King에 대한 시중의 영한사전을 들춰보면 왕·국왕·군주는 나와도 임금은 없고 temple은 신전(神殿), 사원이라고 설명하지만 정작 우리말 절, 절간은 없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너무나 많다.

우리말이나 시중에서 쓰이는 말보다 일본식 한자어 투성인 학습용 영어사전인 것이다. 영어가 국가 경쟁력 도구라면 사전은 도구를 보관하는 곳이다. 한국식 영한사전 편찬작업이 너무 늦다.

/청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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