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番

‘빽!하며 숨진다’고 했다.

권력과 돈의 배경(빽)이 없어 군에 입대한 것을 한탄하며 죽는다는 것이었다. 1950년 6·25한국전쟁때의 일이다. 물론 이는 당시 만연된 병무비리를 개탄하는 사회풍자어였을 뿐 국군들은 용감하게 싸웠다.

그러나 권력층은 아들들을 빼돌려 미국유학으로 도피시키기 일쑤였고 부유층은 뇌물로 아들들을 빼돌리기가 예사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때 유행어로 ‘사바사바’란 말이 있었다. 권력이나 뇌물로 결탁해 저지르는 부정을 ‘사바사바한다’고 하여 ‘빽’이란 말과 함께 크게 유행했었다.

‘사바사바’할 줄 몰랐던 일반인들은 아들을 전선에 보내지 않기 위해 논밭을 다 팔아가면서 대학을 보냈다. 대학생의 징집유예 특혜로 단단히 재미를 본 것이 서울서 피란 내려간 대학들이었다. 그땐 지방대학이라고는 없었던 터여서 비록 천막신세를 면치 못했지만 대학마다 떼돈을 번 것이 그 무렵이었다.

그렇지만 1953년 7월 27일 휴전이 되기까지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 가운데는 권력이나 돈으로 병역을 기피하는 일이 수다했다. 병무비리는 이처럼 50년동안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의 만성적 고질병이 돼왔다.

지금의 70대는 6·25때 20대로 그 또래들은 군에 입대해 전선으로 갔다. 그런데도 입대도 않고 무슨 해상경비니, 뭐니 해가며 병역에 흠이 없는 것처럼 행세하는 지도층 고위인사들이 있다.

총들고 싸우다 전사한 학도병들도 군번이 없어 유족들이 연금을 받지 못하는 판이다. 하물며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없다. 평생동안 잊지못하는 것이 군번이다. 군번이 없는 복무사유의 흠은 그 어떤 말로도 합리화시킬 수가 없다. /백산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