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이 지난 15일 야간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던 선거법개정안을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의 나눠먹기로 매도, 표결을 무산시킨 것은 일시나마 두 공동여당의 틈새를 벌려 주목된다.
3당 총무회담에서 이미 협상이 이루어진 개정안을 자민련이 본회의에서 이의를 달고 나온 것은 자당 총무에 대한 질책이기도 해 총무회담의 신뢰성에 흠이 된다. 이같은 문제제기 당사자인 김동주 의원은 “자민련을 뭘로 보느냐?”며 국민회의를 힐난했다.
그러나 자민련의 그같은 비난은 선거법협상 내용 자체가 정치개혁을 외면한데 초점이 있지 않고 자신들 텃밭에서만 제외된 도농통합지역구 예외 규정등 선거구 조정이 상대적으로 불리한데 불만을 터뜨린 것이어서 똑같은 당리당략차원을 면할 수 없다.
무엇보다 선거법개정안은 여야가 정치개혁 일환으로 국민에게 다짐했던 의원수 감축을 완전히 배신했다.
국민회의와 한나라당은 당리당략차원에서 영호남등의 통폐합선거구를 살려주어 지역구는 5곳이 더 많은 258개로 늘고 비례대표는 46석에서 41개로 줄어 오히려 고비용 정치구조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국민회의는 당초 의원수 30%감축, 중선거구제, 비례대표 3분의1 할애 등을 내걸었으나 1인2표제를 얻어내기 위해 야당의 주장을 거의 다 들어주고 말았다. 이는 국민회의부터도 주장은 구호였을 뿐 실은 정치개혁 의지가 없었던 속셈을 드러낸 것으로 보는 해석이 가능하다.
여·야 3당의 표밭 지키기, 기득권수호로 나눠먹기식 담합에 그친 이번 선거법 개정은 개선이 아닌 개악이다. 정부여당부터 개혁을 위해 가장 먼저 시범을 보여야 할 정치개혁을 이모양으로 개악해 놓고 무슨 면목으로 개혁을 더 말할 수 있을 것인지 실로 한심하다.
국민회의가 얻어낸 지역구 및 비례대표의 이중후보제, 석패율, 1인2표제 등 선거사상 초유의 제도가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역구 차점 낙선자를 비례대표에서 구제하는 석패율은 국민회의가 취약지역에서 당선자를 만들어내기 위한 술수적 장치다.
겨우 41명의 비례대표를 뽑기 위해 막대한 투표용지며 투표함, 투개표인력을 또 늘려야 할 판이다. 검증되지 않은 생소한 제도인 점에서 공명선거 시비의 소지가 더 많기도 하다.
어떻든 선거법개정안은 오는 18일 국회본회의에서 대체로 원안대로 통과될 전망이다.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무릅써가며 챙긴것이 정치권의 집단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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