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群舞’

신문기자로 꽤 유능한 선배가 있었다.

공화당정권때 대구에서의 일이다. 그는 당시 이효상 국회의장 선거구에서 총선에 도전했다. 주위사람들이 극력 말렸다. 막무가내였다. ‘무슨 소리냐?’는 것이었다. 누구는 구시대 인물이고 아무개는 부패인사고 또 어떤이는 무능하고…, 이런식으로 상대를 짚어가면서 참신한 새인물은 나밖에 없으므로 능히 선거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그런것이 아니라고 주변 사람들이 만류하자, 나중엔 ‘당신네들은 내가 국회의원 되는 것이 그토록 시샘나냐!’고 역정을 내며 친지들을 마치 원수대하듯이 해 피하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주변에 몰려드는 사람들은 듣기 좋은 말만 일삼는 선거브로커들이었고 결국 그는 적잖은 돈을 탕진한 끝에 참패했다. 돈키호테형이라 할 수 있다.

또 다른 부류가 있다. 총선때만 되면 어김없이 얼굴을 내미는 ‘계절병 환자’같은 군상들이다. 이 가운데는 당선에 미련을 못버리는 미련형도 있지만 덮어놓고 나서고 보는 무작정형, 성명 세자나 알리자는 매명형, 표를 몰아주겠다고 허풍치는 뚜쟁이형등 가지가지다.

4·13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가지가지 유형의 인물들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이 가히 가관이다. 그중엔 누가 봐도 국회의원선거에 나설 계제가 못되는, 그렇고 그런 이들이 이당 저당을 기웃거려 자천해가며 끼어들어 유권자들의 실소를 자아낸다. 선거라는게 이런 희극적 요소가 있어 재미있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선거는 연습이 아니다.

총선이 본격화하는 후보자 등록대열에는 제발 나설만한 사람들만 나서는 그럴싸한 선거판이 됐으면 좋겠다. /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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