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과 총재의 차이?

대통령과 집권당 총재의 차이를 한마디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그렇다해서 같은 것은 아니다. 분명히 다르다. 대통령은 집권당을 위한 대통령이 아니다. 국민의 대통령이다. 이를 혼동할 경우 정치가 혼탁하고 나라가 시끄럽다.

신년사는 대통령으로서 그 해의 시정방침을 국민에게 밝히는 국정백서다. 연두기자회견 같은데서 집권당 총재로서 질문받은 내용에 답변하는 것과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신년사는 오직 대통령의 입장에서만 국정지표를 피력해야 하는 것이 상궤다.

김대중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신당을 언급한 것은 그같은 상궤를 일탈했다. ‘국정이념을 실현하고자 신당을 창당한다’고 말한 것은 국정지표와 정권목표를 혼동했다. 대통령의 위치에서 집권당 총재의 모습을 보인 것은 불가하다.

신당창당은 정권차원의 작업이지 국정일 수가 없다. 정권목표의 신당을 대통령의 위치에서 운운하는 것은 대통령의 직무를 무기삼아 엄호하는 것으로 보여져 심히 부당하다.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위해 신당 의석안정의 정치수단으로 언급할 수 있다는 강변은 어디까지나 강변이다. 그같은 얘기는 총재로서 당의 행사에서나 가능하다. 민주주의의 요체는 정당기능과 국가기능을 능히 식별할 줄 아는데 있다. 이를 혼동하면 민주주의가 위협받는다.

대통령과 집권당 총재의 혼선은 전에도 있었다. 역대 정권의 집권자들이 대개는 그랬다. 재야의 김대중씨가 민주화운동을 벌인 것도 그같은 정권의 부도덕성에 대한 도전이었다. 그래서 김대중 대통령만은 전철을 답습하지 않을 것으로 믿었던 것이 그 역시 구태를 못벗은 것은 유감이다.

중임제도 아닌 단임제에서 대통령과 총재 구분의 도덕성이 축적되지 못하는 것은 정치발전의 정체로 불행한 현상이다. 진정, 다가오는 4·13총선이 걱정되면 새로운 면모를 국민에게 보여주는 성찰이 필요하다.

총재가 대통령의 입장에서 신당을 자꾸 들먹이는 것은 공정치 못한 게임으로 국민들이 보기에 썩 보기 좋은 것은 못된다. 신당은 분명히 국민회의 총재가 만드는 정권목표의 작업이다. 국가기관으로써의 대통령과는 어디까지 별개다. 본란이 이를 굳이 언급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정치수준이 그만큼 낙후돼 있음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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