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덕기 주교의 성탄메시지대희년의 문을 활짝 여는 뜻깊은 1999년 성탄절에 하느님의 평화가 여러분의 마음에 가득하시길 기도드립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요한 1, 14).
요한 복음 사가는 구세주께서 오신 의미를 이처럼 간략하게 그러나 심오한 표현으로 우리들에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세상을 창조하셨던 하느님의 말씀이 ‘하늘과 땅을 새롭게’하시려고 사람이 되셔서 오신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시어 우리와 함께 계시기 위해 오신 것입니다. 2000년 대희년은 예수님과 함께 시작한 구원의 새로움을 우리들의 영 안에서 그리고 우리들의 삶에서 만끽하도록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자리입니다.
구세주와 함께 시작한 하느님의 나라는 사랑과 기쁨. 진리와 자유, 정의와 평화, 나눔과 섬김, 가난한 형제들과의 연대로 표현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예수님께서는 당신이 하느님으로부터 파견되어 오신 이유를 모든 사람들이 죄와 죽음의 어두움에서 벗어나서 하느님의 자녀로서 각자의 존엄성을 인정받고 사랑을 나누면서 평화롭게 살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은총의 해인 것입니다.
20세기를 정리하고 21세기의 문턱에 서 있는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도 하느님의 초대는 무척 절실하고 또한 긴급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교회를 세상에 파견하시면서 주셨던 세상 복음화의 사명은 20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루어지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으며, 세상 곳곳에 전쟁과 미움의 소식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 당신이 회칙 ‘100주년’에서 지적한 대로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지고 부자들은 더욱 부자가 되는 구조악이 세계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세상을 변화하는 가장 근본적인 힘은 회개임을 통찰하고 계셨습니다.
수원 교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의 유일한 구세주이심을 고백하고, 그분과의 새로운 계약에 충실할 것을 약속하는 것으로 우리들의 대희년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고백과 약속이 다른 형제 자매들에게 빛이 되도록 하려는 노력으로 대희년을 채워나갈 것입니다.
수원 교구는 2000년 대희년의 교구 목표를 ‘교구 쇄신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자’라고 정했습니다. 그리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개인과 공동체가 하느님과 일치하고 교회와 하나되어 거룩하게 사는 ‘성화운동’과 우리의 성화 된 모습을 통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복음이 가지는 구원과 해방의 가치를 우리 사회와 우리 민족에게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증거운동’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다시 이루어진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를 다른 형제들에게 전하여 잃은 양과 새 가족을 찾아나가는 ‘선교운동’을 실천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강보에 싸인 어린 아기의 가난한 탄생을 축하하는 것은 우리가 그분을 통해서 하느님의 은총과 구원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2000년 대희년의 서막인 오늘의 기쁨이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 일년 내내 계속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노력합시다.
1999년 성탄절
(천주교 수원 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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