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조계사 주지대행 지홍(至弘)스님이 최근 남다른 칼럼을 썼다. 불교주간신문 ‘불교신문’에 게재한 ‘예수님 오신 날을 축하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지홍스님은 “ ‘예수탄생’자체가 인류에 대한 구원의 메시지이다. 고통에 시달리는 인류를 위해 대속(代贖)하고 구원하기 위해 낮은 데로 임하고, 기꺼이 십자가에서 고통을 감내하고자 했던 것이 바로 예수님의 삶”이라고 말했다. “십자가는 우리에게 한없는 ‘사랑’을 가르쳐 주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지홍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기 위해 삭발 염의(染衣)를 한 타 종교인이 감히 성탄절을 축하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예수님의 사랑은 인종과 민족, 부유함과 빈곤함의 차별없이 모든 이들의 가슴에 품어야 할 덕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종교의 진리는 영원하고 절대적인 것일 수 있으나 종교자체로 절대화되거나 맹신하게 되면 종교의 껍질은 남을지 모르나 사람은 없어지는 웃지 못할 결과를 낳게 된다는 지홍스님은 연말을 맞아 캐럴에 맞춰 예수님의 ‘사랑’을 떠올리고, 사월 초파일이 되면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자고도 말했다.
조계종이 성탄절을 축하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앞 우정국로와 전북 김제시 금산사 정문 등 주요사찰 주변에 ‘아기 예수님 탄생을 축하합니다’는 문구와 함께 연등을 든 동자승이 산타클로스에게 축하인사를 건네는 캐리커처를 그려 넣은 대형 현수막을 내건 소식도 감동을 준다.
용봉(龍鳳)이란 스님이 기독교인 환자에게 신장을 기증했는가 하면, 수행중인 또 다른 스님이 만성 신부전증으로 투병중인 기독교인 환자에게 신장을 기증한 미담도 들려왔다. 이렇게 불교가 축복해주는 1999년의 크리스마스가 더욱 성스럽게 느껴진다.
/淸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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