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받은 중견화가 강익중(40)씨가 어린이 5만명과 함께 휴전선 인근에서 대규모 전시회를 갖는다.
파주 통일동산 인근의 특설전시장에 마련되는 전시회는 ‘십만의 꿈’. 이곳에는 국내외 한민족 어린이와 청소년 5만명이 보낸 작품이 선보이게 된다.
22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행사 규모와 장소 등에서 이채를 띠고 있다.
먼저 참가자들이 보내온 그림이 폭 5m, 높이 4m, 길이 600m의 긴 비닐하우스 전시장에 선보인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강씨는 어린이와 청소년 5만명에게 가로 3인치, 세로 3인치의 아트 레터를 일일이 보내 그들의 꿈을 그려보내게 했다.
나머지 5만점은 원래 북한 어린이와 청소년의 작품으로 채워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작품입수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침묵의 벽’으로 명명한채 비워두기로 했으며 내년 가을 예정된 독일 순회전에서 나란히 전시하는 방안을 대신 추진하고 있다.
전시장이 비닐 하우스라는 점도 특이하다. 건축가 민선주씨가 설계한 이 전시장은 농군이 씨앗을 뿌리고 정성스럽게 가꿔 수확하는 것처럼 어린이의 꿈과 통일, 평화에 대한 꿈을 키운다는 의미를 상징화했다. 강씨는 이곳에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그림을 현대미술로 재구성하는 방식을 택했다.
강씨는 “갈등과 대립, 전쟁이라는 어두운 20세기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서로 화해하고 공존하는 21세기를 맞이하는 통일과 평화의 봉화대가 되고자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면서 “내년의 독일순회전에서 남북 어린이와 청소년의 작품이 꼭 만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파주=고기석기자 ksko@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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