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 ‘장관점검’

조선조 세종은 승정원(비서실)과 육조(내각)의 역할에 균형을 잘 갖춘 분이다. 현군(賢君)은 이러한데 비해 암군(暗君)은 측근(승정원)등의 말만 믿어 모함이 자심하였다.

승정원과 육조의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는 현대판 비서실과 내각에도 해당된다. 다만 상황에 따라 어떻게 조율하느냐 하는 것은 양쪽을 다 부리는 이, 즉 대통령의 능력에 속한다.

클린턴이 근래 외교정책 주도권의 힘을 국무장관인 올브라이트에서 안보담당 보좌관 버거에게 더 실어주는 것은 올브라이트에 대한 불신이 아니다. 경제안보를 내세운 버거의 온건론으로 실리외교를 챙기는 것뿐, 발칸과 유럽문제는 이에 해박한 올브라이트의 입김이 여전히 강하다. 이것이 양쪽을 다 부리는 클린턴의 관리 능력이다.

이승만 정권이 지탄받게된 것은 비서정치의 폐해가 그 발단이었다. 이 이후에도 정권에 따라 국정의 중심이 비서실인지 내각인지 구분이 잘 안될만큼 적잖은 혼돈이 있었다.

김대중대통령은 취임 벽두, 내각이 국정의 중심임을 강조하고 수석들에겐 비서실 임무 이상의 돌출이 없도록 자제를 당부했다. 그랬던 것이 지난 비서실개편때 친위대로 재구성하면서 달라지더니, 이제는 비서실에서 장관들 ‘고과표’를 만들도록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대통령 지시사항이행, 부처장악력, 업무추진력 등을 종합 점검토록 했다는 것이다. 장관들 체면이 말이 아니다. 비서실의 장관들 복무실태 파악은 방법상

문제가 없다 할 수 없다.

그나마 사실대로 정확하게 전달되면 다행이지만 은밀성, 모함성, 왜곡성이 개재되는 측근의 횡포가 있지 않을까 하여 걱정스럽게 보는 눈들이 있다. /白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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