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IMF한파로 극심한 불황을 겪었던 출판계는 올들어 대형서점들을 중심으로 다소 회복되는 기미를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지방이나 소형서점들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부대형서점들이 체인화를 모색하거나 수도권 중심으로 영업공간을 확대, 새로운 고객창출을 꾀했다.
특히 새로운 세기를 목전에 둔 올해엔 인터넷을 이용한 사이버서점의 부상이 눈길을 끌었다. 인터넷 공간과 서점의 접목을 시도한 ‘골드북’이 12월에 출범, 서점의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출판계는 또 새로운 출판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연초부터 ‘출판진흥법’ 제정에 골몰했다. 정부는 지난 1월말 ‘출판진흥법 제정안 용역 시행’을 위해 각 출판 관련 단체에 공문을 보냈다. 연구용역을 주도한 출판문화학회는 출판진흥재단 설립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2003년까지 230억원의 기금을 조성할 것과 도서정가제 유지 등을 골자로한 법안을 만들어 문화관광부에 제출했다.
한편 99년 문학계는 원로와 중진들이 굵직굵직한 문학상을 수상해 ‘제도권 문학의 정통성’에 대한 신뢰가 여전함을 보여줬다.
박완서씨가 ‘너무도 쓸쓸한 당신’으로 만해문학상을, 현기영씨는 ‘지상에 숟가락 하나’로 한국일보상을, 서정인씨는 ‘베네치아에서 만난 사람’으로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또 80년대 문학의 아방가르드를 이끌었던 이인성, 황지우씨가 새로운 시대를 헤쳐 나오며 겪었던 번민의 성과를 내놓아 관심을 모았다. 황지우씨는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앉아 있을거다’로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큰 각광을 받았으며 이인성씨도 ‘강 어귀에 섬 하나’로 주목을 받았다.
이에 반해 90년 문학의 총아로 떠올랐던 신경숙과 윤대녕은 꾸준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작품수준을 뛰어넘지 못하고 다소 정체돼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관습적이고 유희적인 글쓰기의 모습을 보여왔던 장정일과 성석제는 각각 ‘중국에서 온 편지’와 ‘홀림’을 통해 희극적, 풍자적인 글쓰기를 생산적으로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영하 배수아 등으로 대표되는 신진 문인들의 작품활동도 나름대로 성과를 보였다. 김영하는 ‘엘리베이트에 낀 남자’를 통해 시뮬레이션 세대의 감각적인 인간상을 보여줬고, 배수아도 대중소비문화의 체험속에서 성장한 세대의 감각적 글쓰기를 꾸준히 유지했다.
특히 90년대 문단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작가의 활발한 활동도 계속 이어졌다. 전경린의 ‘내 생에 꼭 하루 뿐일 특별한 날’과 은희경의 ‘마지막 춤을 나와함께’는 통속적이지만 상당한 성공을 거둬 그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에 반해 시는 전반적으로 침체를 면치 못하는 상황속에서 위반, 전복, 일탈을 추구하는 실험적인 시들이 줄어들고 고백위주의 서정시가 주류를 이루었다.
동국대 황종연교수는 “새로운 세기에는 대중문화체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쓰기가 더욱 두드러지고 기존의 윤리적, 도덕적 인간에서 탈피한 새로운 인간상에 대한 모색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여성, 10대, 노인 등 다양한 소수 집단들의 이해를 반영하는 ‘소수집단 문학’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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