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탤런트 고두심씨와 김미숙씨가 모노드라마에 나란히 나온다.
작품은 극단 로뎀이 22일부터 내년 2월 20일까지 공연하는 다리오 포 원작의 ‘나, 여자예요’(연출 하상길). 올해 초 서울 덕수궁 옆 제일화재 세실극장의 운영을 맡아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중극장 보유 공연단체가 된 극단 로뎀은 마음먹고 이들을 무대로 불러냈다.
공교롭게도 고씨와 김씨는 5년만에 연극무대에 다시 오른다. 고씨는 제주 4.3항쟁을 소재로 한 ‘느영나영 풀명살게’ 이후 처음 무대에 나서고, 김씨 역시 ‘동숭’이후 오랜만에 배우로 출연한다. 이들은 요즘 방송 스케줄을 일단 접어놓고 막바지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두 배우가 출연하지만 그렇다고 더블 캐스트는 아니다. 각기 다른 모노드라마를 차례로 공연할 뿐이다. 공연작 ‘나, 여자예요’는 이탈리아 극작가 다리오 포의 ‘외로운 여인’ ‘아침에 일어나서’를 우리 현실과 정서에 맞게 번안한 것.
관객은 입장권 한 장으로 공연장에 들어간 뒤 전혀 다른 두 편의 모노드라마를 차례로 감상할 수 있다.
먼저 나오는 배우는 김미숙씨. 그는 아내와 엄마, 직장인의 역할까지 1인 3역을 감당하며 정신없이 살아가는 이 시대 여자들의 모습을 50분 동안 그려낸다. 집안 일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 남편과 그 속에서 허둥대는 아내의 고통을 코믹하게 풀어나간다.
그리고 10분간의 휴식. 이번에는 고두심씨의 무대가 펼쳐진다. 남편에 의해 중대형 아파트의 거실에 감금된 이 중년부인은 여자를 사랑으로 바라보지 않고 성의도구로 여기는 남자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다. 고씨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원숙한 연기력으로 소화해낼 예정이다. 공연시간은 50분.
‘나, 여자예요’는 산울림 소극장이 공연하고 있는 ‘그 여자’와 비교되기도 한다. 이들 두 작품이 여성의 아픔을 그리고 여성층을 겨냥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그리고 모노드라마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같다. ‘그 여자’의 손숙씨와 ‘나, 여자예요’의 고두심·김미숙씨가 연말과 연초에 벌일 연기대결에 관심이 간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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